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이름이 법이 될 때

[도서] 이름이 법이 될 때

정혜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무리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하다고 해도 아래에 나열한 이름들 중 하나 이상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이름이 법이 될 때는 이들의 이름을 딴 법이 발의 및 시행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앞표지는 흰 바탕에 제목과 법 이름들이 금박으로 새겨진 모양인데, 금박 무늬가 마치 별의 빛번짐 같아 보이기도 한다. 우리 사회를 비추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이름들과 법은 별과 같다.

 

-

사실 이런 법들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지 못하고 지나간 시간과 아픔을 보상해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미련해 보일 정도로 열심히 입법을 추진하는 건, 그들이 아픔에만 갇혀 있지 않고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을 읽으며 종종 울컥했다.

 

(49) 김미숙 씨는 끝까지 책임자 처벌을 호소할 것이다. 경영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95) 천안함 피격 사건이나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에서도 자식 버린 부모가 십수 년 만에 나타나 보상금을 받아갔다니,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생길 텐데 누군가는 나서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122) 국회의원 수대로 포스터를 만들어 보좌관들에게 건네고, 부모들과 함께 피켓을 들었다.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아이들이 살아올 리 없고 부모들이 얻을 것도 전혀 없었지만,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함께 했다.

 

-

#김용균법 #태완이법 #구하라법 #민식이법 #임세원법 #사랑이법 #김관홍법 은 각각 계기도 다르고 법 조항 내용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언론의 보도와 대중의 관심 덕분에 국회에서 논의되고 입법 절차를 거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당시 뉴스로 접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김용균법과 민식이법이었다. 그 이름들이 각종 매체에 오르내리며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그 관심에 힘입어 급하게정해진 법에 문제가 생겼다.

 

(40) 구의역 김 군 사건 때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들이 줄줄이 올라왔지만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 게 교훈이 되어 국회를 계속 압박한 것이 결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되자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다는 법의 취지가 퇴색되었다는 것이다. 실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으로 이어졌다.

 

(123) 민식이법에 가장 큰 힘이 된 여론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돌연 그 얼굴을 바꿔 민식이 부모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내가 미처 아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실수로 사고를 낼 수도 있는데, 그 경우 민식이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부실·과잉 입법 논리와 접목되며 여론이 갑작스레 등을 돌렸다.

(134) 국회가 졸속 심사로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언론과 전문가들은 뒷북으로 문제를 더 키웠다.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개정안의 법정형과 절차 위반, 졸속 심사에 대해 언급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 그 결과는 유가족을 향한 여론의 가혹한 비난,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우리는 과실범의 가중처벌 규정을 비판하기 위해서 가장 손쉬운 상대를 고른 것이 아닐까.

 

-

슬픔과 분노를 제대로 추스르기도 전에 입법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겨우 그들의 이름을 따온 법이 만들어졌는데, 처음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여태까지는 본인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며 외면했을 수도 있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때에만 잠시 관심을 가졌다가 금세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이제는 기억하고 연대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입법운동에 뛰어든 사람들을 외면하는 건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너무 파렴치하지 않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동은, 이름을 기억하려는 관심과 입법 과정 감시 과정에 대한 감시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7개 법의 입법과정을 기록 및 소개하며 독자에게 불을 지폈다는 것,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몫을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이름이 법이 될 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 동녘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