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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도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에 눈이 휙 돌아갔던 책. 심지어 부제는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뇌리에 철없는 남자 몇이 스치며 '이건 읽어야 해!!' 지름 명령이 떨어졌던 책.

 

조금은 삐딱하게, 어디 철없는 네놈들의 심리를 알아나보자꾸나 하며 펼친 책이었지만 막상 읽다보니 내용에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 남자들은 이래?! 가 아니었다. 동병상련이었다. 나 역시도 철들지 않은, 철드는 데 지친 이 시대 사회인이었으니까.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재미있게 좀 살자.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것도 뭐 그런 거 같다. 가끔은 좀 솔직하게 살자. 사회 문화 관습 등등에 꽉 눌려서 넥타이에 질질 끌려 사는 인생, 속으로만 꽉꽉 내리눌러 켁켁 거리지 말고 숨 좀 쉬며 살자.. 뭐 이런 이야기랄까.

 

남자들을 힘들게 하고 그들의 삶에서 재미를 앗아간 원흉들이 챕터별로 나오는데(객관적 자료, 수치, 연구결과 등은 아니 나오지만 저자의 이력과 에필로그를 보면 딱히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다.) 남자들 얘기긴 해도 남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경직된 관습, 문화에 많이 찌들어있음을 강조하고 있고, 이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여자들이라고 문화사회적 압박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여자들에게는 남자들과는 또 다른 여러 스트레스가 있기 마련이고 말이다. 꼭 내가 가정 없이 직장 중심으로 사는 양성적인(???) 여자라서가 아니라.. 이 책에서 자기 모습을 찾고 놀랄 여자들도 꽤 될 껄..? (아니라면 좀 좌절이다..) 저자는 아내와의 결혼을 가끔 후회하고, 아내는 저자와의 결혼에 만족한다, 아주 가끔.

 

남자가 더 힘드냐 여자가 더 힘드냐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거대담론이나 남의 얘기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기쁨이나 감탄이며 나 자신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를 남자든 여자든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지구는 독수리오형제에게나 맡겨두고 오늘 아침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에 행복해하고 길거리 망사스타킹 여성들에게 감사하며 오래오래 살겠다는 저자는 분명 내가 몹시 얄미워하는 철없는 남자임이 틀림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행복을 찾으며 사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남자들을 위로하는 책이라 여자인 내가 읽기에는 가끔 빈정 상하는 구석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슨 낙으로 사나 궁금해하던 우울한 때라서인지 저자의 조언이 꽤 절실히 와닿았다. 저자는 감탄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감탄할 일을 찾아야 삶에 활기가 생기고 행복해진다고. 돌이켜보면 놀랄 일이 없어진 삶은 참 심심했다.

 

내 인생을 심심하게 만든 것은 나다. 물론 뭐 이런저런 현실적 문제나 문화적 영향이 있었겠지만, 취미생활 하나 없이, 재미거리 하나 두지 않고, 심지어 음식맛도 못 느끼고 무미건조하게 산 것은 나다. 그러니까 심심한 내 인생에 간을 칠 사람도 나다.

 

그런거다. 이제 비오는 날 밀크티 한잔에, 날 좋은 토요일 한강가자는 친구 전화에, 왠지 이뻐보이는 욕실 거울에, 발도 편하고 예쁜데다가 코디하고도 쉬운 언블리버블한 샌들에, 읽을수록 흥미로워지는 책 한권에 '어머~♡' 하며 간 좀 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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