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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찰기행

[도서] 조용헌의 사찰기행

조용헌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은 저자가 몇 년 전에 출판한 『나는 산으로 간다』의 속편 격으로 내용을 일부 보완하고 장정(裝幀)을 새롭게 해서 내 놓은 책이다.(나는 한 동안 조용헌 선생이 지은 책에 풍덩 빠져 그가 지은 모든 출판물을 사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책만은 구하지 못했었다. 아쉬운 마음에 출판사에 전화까지 넣었었지만 절판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실망한 기억이 난다.)

 

저자는 대학에서 「능엄경 수행법의 한국적 수용」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불교민속학 전문가답게 남한에 산재한 유명사찰과 그와 관련된 고승들과의 전설적인 일화들만을 엮어 『조용헌의 사찰기행』이란 흥미만점인 한 권의 책을 독자들 앞에 내 놓았다.

 

책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저자가 쓴 신문 칼럼이나 다른 저서에서 항상 등장하는 강호 동양학의 핵심 내용들 중 풍수 관련 내용들이 가장 많이 녹아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특히 32쪽에 나오는 「변산 불사의 방」을 읽어보고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현기를 느꼈다. 한국 미륵신앙의 개창조(開創祖)인 진표율사(眞表律師, 718-?)가 망국의 한을 품은 백제유민으로 태어나 고행 끝에 도를 깨친 장소가 바로 변산의 불사의방(不思義房)이란 곳인데……. 불사의방은 변산 의상봉(옛 이름은 마천대) 밑의 절벽 중간에 약 4평 정도를 차지하는 공간에다 조그만 암자를 짓고 수도(修道)를 했다는 곳으로 지금도 흩어진 기왓장과 뒷면 절벽에 절집을 잡아매었다는 쇠말뚝이 박혀 있다고 한다. 이 기록은 고려말의 대학자였던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23권 중 「남행월 일기(南行月日記)」에 나와 있다고 한다.

 

불사의방을 내려가기 위해서는 외줄로 된 굵은 동앗줄을 타고 한참을 내려가야 하는데 앞에는 깎아지른 듯한 천길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고 뒤쪽은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위험천만의 절벽만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이다. 이런 곳에서 원효 못지않게 유명했다는 진표스님이 수도를 했다니…….

 

실제 이 낭떠러지에서 진표율사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깨달음을 얻으려고 무진 고행을 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자 천길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선운산 선운사의 도솔암 마애불의 전설, 모악산 금산사의 미륵전(여기서도 진표율사와 견훤의 전설이 전해온다.), 두승산 유선사의 의상대사와 얽힌 일화, 진묵대사의 서방산 봉서사 등등…….

 

끝부분에 가면 도봉산 망월사의 천하 무애도인이자 걸승으로 유명했던 춘성스님 일화가 연이어 실리는데……. “춘성 스님은 욕 잘하기로 유명한데, 그 대목 좀 이야기 해 주시지요?” “한번은 망월사 법당을 짓느라고 소나무를 좀 베어 냈지. 아, 그런데 그 소나무 베어 낸 것이 산림법 위반에 해당되어 스님이 고발을 당했지. 그래서 검사 앞에서 조서를 받게 되었는데, 검사가 물었어. ‘스님 본적이 어딥니까?’ ‘우리 아버지 자지 끝터리.’ ‘스님 출생지가 어딥니까?’ ‘우리 어머니 보지다.’ 이 말을 들은 검사는 얼굴이 하얘져서 그만 스님을 돌려보낸 일이 있지.” 수봉산 홍련암의 대선 선사와 저자가 나누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불교와 사찰 관련 얘기들을 이렇게 재미나게 풀어내기도 쉽지는 않을 듯하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불교 미술 관련 해설이나 얕은 지식의 소개형식 글이 아니다. 관련일화들을 토속적이고 풍수적인 시각에서 풀어내는, 굉장히 흥미롭고 신기한 느낌을 주는, 꼭 추천하고픈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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