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우주에 대략 1000억개의 은하가 있다고 한다. 그 각각의 은하에 다시 1000억개의 별(항성; 태양)이 있으며 각각의 은하를 다 합치면 10의 22승, 즉 백해(일, 십, 백, 천, 만, 억, 조, 경, 해, 서...) 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각 은하에는 10의 22승 만큼의 행성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26p)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 그 태양계는 대우주(大宇宙)의 변방에 속한 은하수 은하(銀河)의 타원형 꼬리 주변에서 아주 작은 점(點)만한 크기로 약하게 빛나고 있었다니... 나 자신은 놀랍다 못해 찬탄(讚嘆),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태초에 빅뱅(Big Bang; 우주대폭발)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37억 년 전이었다.(이 책에는 150억년을 잡고 있으나 최근 연구결과는 137억년으로 밝혀졌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을 뿜어낸 그 사건 이후 코스모스(Cosmos; 우주)는 점점 더 팽창되었다.(지금도 팽창하고 있단다.) 폭발의 잔해물인 수소와 헬륨이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우주를 떠돌아다녔다.
이런 원소들이 응축되고 중력의 궤도안에서 뭉쳐지면 큰 기체로 이뤄진 원시태양이 생겨난다. 기체 덩어리들의 내부에서 연이은 핵융합반응이 일어나고 전 우주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별들이 불꽃처럼 터져 나온다. 태양의 중심부 가장자리에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은 태양을 언제까지나 뜨겁고 빛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불사조같은 태양이 되는 것이다. 태양의 생명이 다하는 수십 억 년 후에는 더 이상 태울 원소가 없다. 끝내 태우고 남은 재에서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곧 새로운 행성들의 모체가 되는 것이다.
질량이 큰 태양들은 수소핵연료들을 더욱 빨리 소진한다. 그리하여 초신성(超新星) 폭발의 향연(饗宴)이 시작되는 것이다. 거대한 폭발이 시작되면 우주공간속으로 별들이 합성해 놓은 구성원소와 찌꺼기들이 갈갈이 찢겨져 퍼져 나간다. 이것들이 우주공간에서 성숙되면 다음에 태어날 행성들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소행성이나 혜성이 되기도 한다. 이런 원소들을 토대로 성간(星間) 여기저기에서 중력의 영향안으로 끌려 들어오는 행성, 티끌, 소규모 암석덩어리들이 뭉쳐지기 시작하면서 지구형 행성의 초기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때까지 부풀어 오르면 태양은 적색거성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30억년 정도가 지나면 벌어질 우리 태양계의 최후이다. 태양은 내행성계(수성, 금성, 지구)를 모두 집어 삼킨 후 그 형체를 확대시킬 것이다.(이 책에는 안 나오지만 최근에는 태양이 수성과 금성을 집어 삼킨 후, 지구에 근접한 상태에서 멈춘다는게 정설로 굳어졌다.)
지구 최후의 날은 뜨겁다 못해 찬연히 빛나는 용광로와 같을 것이다. 태양이 점점 팽창하면서 지구로 접근하면 지구의 남극과 북극의 기온은 뜨거운 사막의 온도로 급변한다. 영구동토가 녹고 빙산은 사라진다. 바다의 해수면은 크게 상승하면서 해안선과 근접한 육지는 모두 가라앉는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고 최후에는 끓어올라 증발한다. 태양과 우주의 기운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주던 대기가 완전히 증발하여 사라지면서 동시에 수소원자도 빠르게 우주로 튕겨나간다. 지구는 모든 생물체가 사라지고 물이란 물은 모조리 말라버린 죽음의 행성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이 되기 전에 인류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내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성간(星間)을 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규모 우주비행선과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녹색별을 찾아내야만 한다. 물론 그때까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1980년대에 방송되었던 TV프로그램 “코스모스”의 내용을 활자로 옮겨 놓은 위대한 걸작이다. 모두 13개의 Chapter로 구성된 “코스모스”는 저자인 칼 세이건이 이룩한 평생의 연구결과를 일반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사진과 그림을 통해 독자들을 안전하게 우주의 한가운데로 인도한다. 특히 저자의 친절하고도 유려한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우주에 대한 막연한 정보를 구체적이고 튼실한 지식으로 바꾸어줌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인간과 우주에 대한 대서사시이며 일반대중을 위한 천문학서적인 것이다.
저자는 도킨스가 주장한 “눈먼 시계공”에 대한 얘기부터 “평행우주”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야기를 나지막히 들려준다. 지구 생물체의 기원과 진화, 소행성과 혜성들의 궤도, 보이저 우주선의 머나먼 성간비행, 우주여행의 실체, 블랙 홀과 화이트 홀, 별들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깊은 밤, 담담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황혼 무렵 빛나는 호수의 물비늘처럼, 나는 그의 육성을 따라 유유히 우리 은하(銀河)를 넘어가고 있었다.
우주는 끝없이 순환하며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인간의 생(生)과 멸(滅)이 지구는 물론 태양과 우주에까지 적용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아름다운 지구를 멸망시킬 초강대국의 핵무기시스템이 아이러니하게도 우주탐험을 위한 기술로 쓰이는 지금에도 지구대전쟁의 불길한 기운은 도처에 널려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우리가 이 기술을 사용하여 우리 자신을 파괴시킨다면 별과 행성의 탐사는 그것으로 끝장이다. 그 반대의 상황도 물론 가능하다. 행성과 항성의 탐사가 계속 될수록 인류 우월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중략> 우리의 에너지를 죽음과 파괴가 아니라 삶을 위해서 이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구와 지구인을 이해하는 동시에 외계 생명을 찾는데 써야 한다. <중략> 전 지구적 규모의 핵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진정한 의미의 군축시대가 온다면, 그때 비로소 인류의 우주 탐험 노력이 강대국들의 방대한 군수 산업을 흠결없는 평화의 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552~556p
저 먼 우주에서도, 우리은하에서도, 태양계 내에서도(우리가 알고 있는 한) 유일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지구에서 인종과 종교의 대립, 국가간, 종교간 테러와 전쟁, 나아가 인류를 파멸시키고 지구를 멸망시킬 핵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재앙과 온갖 불안의 한 가운데 놓여져 있다. 전 우주적 환경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모두 부질없는 짓들 때문에 행성지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모든 인류가 힘을 합해 새로운 녹색별을 찾는 위대한 우주탐험에 동참하는 것이 진정한 인류의 정신이며 새로운 지구인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사실, 변함없는 진리이다. “대우주의 신비”를 펼쳐보인 세계적인 천문학의 거장 '칼 세이건'은 1996년 12월 20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