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부터 저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NASA(미 항공우주국)의 초청으로 화성에 생물이 존재하는지 조사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1965년 가을,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있는 제트추진 연구소 꼭대기층 생명과학부 사무실에서 ‘가이아’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본격적인 연구과제로 진행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생명이 깃들어 있는 행성의 대기는 어떤 것일까? 흥미롭게도 대기분석을 통해 행성의 생명을 탐지하겠다는 놀라운 계획을 진행하게 된 저자와 그 동조그룹은 여기저기서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경멸이 담긴 조롱을 들어야만 했다.
그들의 위험천만한 계획을 NASA측은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개인적으로 대기분석을 통해 생명유무를 알아낼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에 대해 의견은 달리했지만, 당시 <이카루스(Icarus)> 지의 편집을 맡고 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코스모스의 저자)의 도움을 받아 그 잡지에 ‘가이아’에 대한 논문을 실을 수 있었다.
지구를 하나의 생리학적 개체로 보는‘가이아’는 자기 스스로의 조절능력, 즉 자기조절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가이아’는 진화하는 체계이며 또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그들의 생활환경인 해양과 대기, 그리고 암석 등 지구 표면부를 포괄하는 체계이며, 생물체와 그 환경 사이에는 밀접하고 뗄 수 없는 관계로 이루어졌다는 것이‘가이아’이론을 창안한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바이킹 계획의 화성탐사는 생명체 유무의 확인인데 대기만 분석해도 결론은 바로 나온다는 주장을 했다. 화성의 대기는 산화물만 존재하므로 죽은 행성이라는 것. 금성과 화성은 산화물(산소, 탄산가스)과 불활성물(질소, 아르곤)만 존재하며 환원물(메탄가스와 수소)이 없다. 지구는 이 세가지가 모두 있다. 그런데도 화성탐사계획이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멋진 탐사장비의 유실과 과학자들의 실직사태를 막으려는 행동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은 나를 좀 놀라게 했다.
행성의학(行星醫學)을 전공한 행성과(行星科)의사인 저자는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 또는 유기체로 보고, 지구의 입장에서, 지구를 육체를 가진 생명체의 입장에서, 살아있는 행성의 개념을 도입했다. 가이아의 정의와 체계는 의외로 간단했다.
① '가이아(Gaia)'
(대지의 여신, 초기 그리스 신들의 궁전에서 가장 연원이 깊고 가장 위대한 여신)
② 정의: 생물계와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행성규모의 생명체계
③ 체계: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항상성(恒常性) - 물리적, 화학적 환경조건을 생명의 유지에 적합한 조건으로 조절하는 성질 - 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라는 초유기체에 이런 이름을 제안한 사람은 소설가 윌리엄 골딩(파리대왕의 작가)이다. 즉 가이아(Gaia; 행성생태계)라는 개념을 도입해 지구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한다. 물론 저자와 이를 공동으로 제창한 린 마걸리스(Lynn Margulis)는 제도권 과학자들에게 맹렬히 공격당했다. “비과학적”, “위험한”, “말도 안되는 헛소리”“지구가 살아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들 중에 가장 격렬하게 비난과 조롱을 일삼은 과학자 그룹은 네오-다위니스트이다. 이들의 대표자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였다. 그들은 ‘가이아’에는 복제능력이 없으므로 다른 행성들과의 경쟁 속에서 진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이아’는 생명체 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극렬한 반대론자들인 네오-다위니스트들의 공격에 대해 반박하는 이론과 증거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지구의 대기, 태양열의 지속적인 유입과 반사작용은 지구를 덥혀 지구표면의 온도를 유지하게끔 한다. 바다의 해조류는 많은 양의 황화물가스(황화 디메틸)를 뿜어내는데 이를 통해 지구의 구름양이 조절되고 기후 조절에도 관여한다. 바다 밑의 해류는 동물의 순환계와 같이 더운 남태평양의 물을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근처까지 운반하여 그곳 지역이 빙하로 덮이지 않도록 방지하고 대신 차가운 물과 바닷속의 귀한 영양분인 질소와 인(燐)을 더운 바다로 운반해온다. 지구의 물렁물렁한 피부(지각판)는 현무암의 마그마로 된 맨틀 층의 바다 위에 섬처럼 떠서 천천히 움직이며 끊임없이 지구의 여러 부위를 압박한다. 지진과 화산활동은 지구가 건강하다는 신호이다. 지금으로부터 3억 년 전에 시작된 지각판의 이동현상이 오늘날 오대양 육대주를 만든 것은 상식에 속하는 편이다. 그 동력은 대륙 언저리의 바다 해조류들이 만들어내는 석회석의 퇴적층이 이 움직임의 원동력이 아닐까 추측할 정도이다.
지금까지 30여 차례 이상 일어난 소행성들과의 충돌에도 지구는 담담히 살아났다. 지금으로부터의 6500만 년 전에 일어난, 화석 기록에 나타나는 생물종의 90%가 사라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지구는 치명적인 탈진증세에 빠지긴 했지만 서서히 회복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광합성 박테리아, 소비성 박테리아, 발효성 박테리아는 지구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밑천이며 기반이다.
화성이나 달의 표면이 울퉁불퉁한 여드름 흉터처럼 된 것은 바로 이 박테리아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구도 그들 못지않게 소행성과의 충돌을 겪었지만 이 아름다운 미생물들의 활동과 바람과 대기의 영향으로 깜쪽 같이 재생되었던 것이다. 만약 인간이라는 종이 가이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 행성의 진정한 주인(?)은 이들 손에 넘어갈 것이고 36억 년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이 알아서 지구를 지켜갈 것 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지구는 빠른 속도로 ‘빙하기’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250만 년 전, 인류의 조상들이 나타났을 때 비교적 안정적인 기후상태로 있던 지구가 이제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체하는 상태로 넘어가려고 한다. 빙하기는 9만년 정도 지속되었고 간빙기는 1만 2천년 정도... 간빙기의 지구기후는 지금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고 했을 때, 따라서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 본다면 10~12만년 정도의 시간을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빙하기와 간빙기의 기후가 교차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아틀란티스 대륙이나 뮤우 대륙의 종말은 바로 이런 순환에 의한 것이 아닐까? 지금의 지구문명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온난화현상이나 산업공해, 삼림채벌에 대해 온갖 토론과 대책을 세우던 그때(당시는 빙하기), 갑작스런 간빙기로 유도되어 태평양이나 대서양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은 아닐까?
빙하기가 닥쳐오면 북위 45도 이북은 모두 얼음으로 뒤덮이고, 바다로 흘러 들어와야 될 물은 꽁꽁 얼어붙어 해수면이 130~150m나 낮아진다. 가장 따뜻한 적도 부근의 광대한 구역이 육지가 되고 인구가 몰려들어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동아시아 지역은 대륙붕으로 서로 연결되어 지금의 시베리아 기후처럼 몹시 추운 지역이 된다. 빙하기의 기후 속에 유지되던 지구는 발달된 문명이 내뿜는 오염물과 함께 급변하는 간빙기의 영향에 놓이게 되고 전 지구의 절반 이상을 덮고 있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한다. 따라서 적도 부근의 대륙은 모두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지금은?
다시 빙하기로 되돌아가 거의 모든 대륙이 얼음으로 뒤덮이면서 적도 유역에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질 것인가? 과연 신(神)이 우리를 선택하여 지구를 정복하게 만든 후 자신을 섬기게 만든건지, 아니면 인간의 옆구리에 붙어 적당히 기생하는 좀비인지,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신(神)이라는 가상 비주얼을 창조하여 지구 구석구석을 파괴하는 암세포는 아닌지 늘 궁금하고 염려스러울 뿐이다. 이것을 한국적 상황에서 예언한 일군의 사람들이 있는데, 김일부 선생의 정역(正易) 이론이 그것이다. 일부(一夫)선생의 정역이론은 이정호 전 충남대 총장에 의해 계승되었고 지금까지도 일부 인사들에 의해 면면히 전해진다.
오늘날 ‘가이아’이론은 완전히, 하나의 독립된 이론과 실체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