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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도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인간은 특이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대단한 동물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인간과 침팬지가 공동조상에서 분화되어 나뉘게 된 것은 불과 500만년 전이란다.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생인류를 탄생시킨 시기는 15~23만년 전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아프리카 열대림을 떠나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 직립보행을 했으며 지극히 정교한 언어를 구사했고 농업, 산업혁명을 딛고 놀랄만한 과학문명을 이루어내었다.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우매한 동물이다. 자신들의 편리와 안락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도살하며 전쟁을 통해 지구 환경을 극렬히 파괴하고 있다. 인간들의 환경파괴는 자연스럽게 다른 종(種)들의 멸망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생태계 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갖가지 관습과 행태를 동물들의 세계에 빗대어 설명하는 산문서이자 사회비평서이다. 

●사람들은 흔히 ‘거미’하면 거미줄을 쳐놓고 가만히 앉아 먹이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종류만 떠올리지만, 실제로 세상에 사는 거미들의 거의 절반은 거미줄을 치지 않고 자유스럽게 먹이를 사냥하는 거미들이다. 다음은 독거미를 연구하는 어느 생물학자가 자신의 경험을 적은 이야기다. 그는 땅 속에 굴을 파고 납작한 흙덩이를 맨홀 뚜껑처럼 덮고 들어 앉아 있다가 굴 가까이 지나가는 먹이를 잽싸게 낚아채는 거미를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독거미 암컷 한 마리를 채집했다. 그 거미 암컷들이 흔히 그렇듯이 그 암컷도 등 가득히 새끼들을 오그랑오그랑 업고 있었다. 나중에 실험실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알코올 표본을 만들기로 했다. 새끼들을 털어내고 우선 어미부터 알코올에 떨궜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어미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이번엔 새끼들을 알코올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미가 홀연 다리를 벌려 새끼들을 차례로 끌어안더라는 것이다. 어미는 그렇게 새끼들을 품안에 꼭 안은 채 서서히 죽어갔다.  <95-96p>

●창세기 제1장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우리 인간만은 특별히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셨다고 한다. 다른 동물들이 모두 자연의 선택을 받는 동안 우리 인간만은 홀로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도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있고 그들이 만나 수태하면 아이를 자궁 속에서 일정기간 키우다 낳아서는 젖을 먹이는 일종의 젖먹이동물일 뿐이다. 인간이 참으로 특별한 종임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인간도 엄연히 이 자연계의 한 구성원이며 진화의 역사에서 예외일 수 없는 한 종의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 역시 틀림이 없다. 이 광활한 우주 전체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어찌하여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먼지와도 같은 작은 행성인 지구만 특별히 생각하셨고, 또 그 지구에 살도록 한 그 많은 동물들 가운데 유독 우리만 당신의 모습을 닮도록 허락하셨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짝사랑인 것만 같다. <119-120p>

●요즘엔 가을에도 봄철 못지않게 결혼식들을 많이 올린다. 그래서 인쇄소마다 청첩장을 찍으며 귀뚜라미와 함께 밤을 새운다고 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갓 혼례를 올린 신랑신부에게 목각 원앙새 한 쌍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특별히 부부간에 금실이 좋은 새라 여겨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살라고 주는 정표일 것이다. 그런데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화려한 깃털을 지닌 게 원앙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종종 암수를 바꾸어 진열해 놓았다가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최근 동물행동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수원앙은 뜻밖에도 결코 믿을 만한 남편이 못된다. 아내가 버젖이 있는데도 늘 호시탐탐 다른 여자들을 넘보는 상당히 뻔뻔스런 남편이다. 자기 아내는 다른 사내들이 넘보지 못하도록 지키면서 기회만 있으면 반강제적으로 남의 여자를 겁탈하기 일쑤다. 실제로 한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들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면 상당수가 아비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남의 아내를 넘볼 수 있으면 남도 그럴 수 있다는 엄연한 삶의 진리는 새 둥지 속에서도 이렇듯 나타난다. 평생 한 지아비만을 섬기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아름다운 꿈을 꾸는 새 신부에게는 그다지 어울리는 선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옛날 우리 할아버지들께서 겉으로는 충실한 남편인 양 행동하면서 일단 혼례를 올린 뒤엔 늘 다른 여인들을 넘보는 수원앙의 속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사뭇 짓궂은 생각을 떠올릴 때가 있다.
<184-186p>

●반딧불이는 여러 면으로 매우 신기한 곤충이다. 어려서 반딧불이를 손으로 잡아본 이들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그들이 내는 불빛은 촛불이나 전구가 발하는 빛과는 달리 차가운 빛이다. 화학적으로는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여 생기는 빛으로 열 손실이 거의 없어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빛에너지다. 반딧불이들이 꽁지에 불을 밝히고 하염없이 밤 하늘을 나는 것은 사랑을 나눌 연인을 찾기 위해서다. 옛날 가난한 선비들이 반딧불이들을 많이 잡아서 그 불빛에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그 불빛이 애타게 연인을 부르는 절규임을 아는 선비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188-189p>

●자연계에서 이처럼 대규모의 전쟁을 일으킬 줄 아는 동물은 인간과 개미 그리고 꿀벌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고도로 조직화한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들이다. 모여 사는 이점이 큰 것은 사실이나 때론 전쟁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인간은 참 별난 이유로 전쟁을 한다. 물이나 소금을 차지하려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단순히 종교와 이념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씨를 말리려 한다. 반면 개미들은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전쟁을 일으킨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의 집 자식들을 훔치기 위함이다. 개미들이 우리 인간처럼 자식을 낳지 못해 남의 자식이라도 길러보려 하는 것은 아니다. 모자라는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남의 나라로부터 노예를 잡아들이려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개미들이 적국의 아이들을 노예로 만드는 과정은 인간보다 훨씬 더 철저하다. 납치해온 애벌레와 번데기들이 성충으로 탈바꿈할 때 노예잡이 개미들은 자기 여왕이 분비하는 여왕물질로 노예아기들을 목욕시킨다. ‘화학적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아주 어린 나이에 그렇게 세뇌를 당한 노예개미들은 적의 여왕을 자기들의 여왕인줄로 착각한 채 평생 죽도록 충성을 다한다. <244-245P>

  지구상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다. 거대한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서 끝없는 진화를 통해 생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따라서 수많은 생물속의 한 종을 차지하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탐욕과 안락한 생활을 위해 자연계의 생태궤도를 인위적으로 파괴하거나 즐거운 식도락의 대상물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이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가 아름답게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재미를 쏠쏠하게 알려주는 생태(生態)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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