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은 참회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소설이었다. 실제 유성룡이 집필했다는 징비록은 오히려 금서로 지정됐다고 하니 36년간의 일제 침략 치욕을 또 당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정우 작가는 이순신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요점정리식으로 이 소설을 전개했다. 간편하게 읽기에는 딱이다.
이 소설에서는 정기룡, 곽재우, 김시민, 김덕령 장군에 집중하고 있다. 난세는 영웅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당시 정기룡은 서른한 살, 곽재우는 마흔한 살, 김시민은 서른아홉, 김덕령은 스물일곱 살이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나이에 비추어 보고 자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거울 삼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책의 후반부에서 진주성 전투를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십만 왜적이 몰려오고 성안에는 삼천의 병력이 있었다. 곽재우는 다른 곳으로 철수를 주장하며 전투에 동참하지 않았다. 곽재우를 비난하는 말에 곽재우는 이 몸이 죽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전투 경험이 많은 병사들을 승산 없는 싸움에 몰아넣을 수 없다며 발을 뺀다. 권율도 후퇴가 한 방편이라고 하지만 김천일과 최경회는 성을 그냥 내줄 수 없다며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한다. 결국 진주성은 왜적들에게 함락되고 김천일의 첩인 논개 이야기도 여기서 나오게 된다. 끝까지 항전한 진주성 어른들에 대해 고개가 숙여지긴 하지만 전투에는 의(義)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도 진주성을 함락한 왜군이 6만의 병사, 백성은 물론이고 가축등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살육했다고 하니 그 처참함을 전해 준다. 차라리 곽재우의 의견에 따라 작전상 후퇴를 해서 게릴라전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역사는 많은 것을 전해준다.
전란 중에도 이들 장수들에 대한 대신들의 흠집잡기와 선조의 태도는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위정자들도 많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진정 나라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생각지 않고 사리사욕과 정쟁만 일삼는다면 나라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