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는 마음에 들었는데 제목이 이상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일단 든 생각이 저자가 영화를 보기 위해 회사를 다니지 말라고 한 말 같았다. 아, 영화사에 들어가면 영화를 많이 보겠지만 실제로 입사해 보면 영화를 많이 못 보니까 영화를 보겠다고 영화사 직원이 되지 말라는 얘긴가? 하지만 부제와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원제를 찾아봤다.
仕事に必要なことはすべて映畵で學べる
일에 필요한 것은 모두 영화에서 배우다
그제야 제목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기서 영화란 부귀영화에서 영화를 따온, 그러니까 중의적 표현으로 썼다고 한다. 근데 부귀영화의 영화로 썼다면 보는 게 아니라 누리는 것이라는 암시라도 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아쉬웠다.
암튼, 유명한 애니인 공각기동대 감독의 오시이 마모루가 쓴 책인데다가 애니를 연상케 하는 책 표지는 호기심과 함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책에서는 피닉스, 머니볼, 정오의 출격,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2,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 전원에 죽다, 스카이폴, 터치다운 영화를 중심으로 회사원으로 배울만한 인물과 행동을 설명하는 식이었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인생이나 실생활에 투영해서 설명하는 글은 보았어도 이렇게 회사에 투영하는 것은 신선했다. 또한 이 책을 기회로 해서 보지 못한 영화들은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
머니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카이폴은 영화관에서 관람을 한 것이고 보지 못한 피닉스의 경우엔 2004년 리메이크 작품을,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극장판1부터 챙겨 보았고 터치다운은 리메이크 작품이 두 개나 되었다. 하나는 원본과 동일하게 미식축구로 했는데 다른 하나는 영국에서 리메이크한 것(Mean Machine)으로 미식축구 대신 축구를 도입했다. 미식축구보다 축구를 좋아하므로 더욱 박진감 있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영화 속에서도 회사의 조직 문화를 캐낼 수 있는 오시이 마모루의 글이 멋있었다. 이 책과 함께 영화 감상의 기회도 가질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