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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은희경 문장 필사 대회 참가글인데 제 블로그에 동시에 올라가지 않더군요. 스크랩하려니 카테고리 설정도 전혀 안 되고 해서 제 블로그에 그냥 복사해서 올렸습니다. 문학 블로그에 올린 링크는 다음과 같아요.

 

http://blog.yes24.com/document/8008908

 

 

======== 시작

 

편지쓰기가 취미인데 가끔 편지에다가 책의 한 구절을 써서 보내곤 한다. 필사 대회를 보고는 이왕이면 은희경 작가 작품을 필사하여 보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은희경 작가의 작품 구절을 적은 편지가 더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까 봐 뺐다. 혹시라도 여기에 등장하지 않은 이웃 분들은 섭섭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

 


* 카누를 사랑하거나 은희경 작가를 사랑하거나

 

내게 카누 커피와 차를 선물한 이웃님이 있었다. 1월에 선물로 받아 마시고는 2월의 설날 때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었다. 매년 명절 전날에는 고향에 내려오는 친구들이 많으므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열린다. 그 모임에 가서 친구들과 한 잔하고 커피도 마셨다. 그런데 커피 맛이 이웃님이 선물해 준 카누 맛과 비슷했다.

 


그 이후에 이웃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카누 스틱 봉지를 잘라서 엽서에 붙이고 커피를 언급한 은희경 작가의 구절을 적었다. 그 구절 아래엔 어느 커피를 마셨더니 카누 맛이 나길래 이웃님이 생각나더라고 적으려 했다. 그런데 커피 이름이 뭐였더라?
그 당시 내 바로 옆 자리의 친구가 콜롬비아 커피를 주문했었고 나는 서로 맛보자며 다른 커피를 주문한 기억이 남아 있었다. 가게 주인인 친구에게 카톡을 띄웠다. 아래는 그 당시 대화했던 카톡 전문이다. ^^

 

 

 


이 대화를 통해 나는 진실을 알았다. 내가 마신 커피가 콜롬비아고 어쨌든 신맛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좀 더 친구와 대화를 해 보고 싶었으나 가게 운영에 바쁜 친구를 마냥 붙잡아 둘 수 없었다.(근데 카톡에서 잘못 쓴 부분이 있다. 20년 전이 아니라 10년 전이다. ㅠ.ㅠ)

은희경 작가는 콜롬비아 커피에서 신맛이 난다니.... ‘리버 쎄느’ 카페에서는 그런가 보다. ㅋ 아무튼 엽서를 보냈고 많은 날이 지났는데도 이웃님은 받지 못했다. 즉, 분실 된 것이다. 카누를 사랑하거나 은희경 작가를 사랑한 어느 분이 슬쩍한 것이라 여겨진다. 나는 똑 같은 엽서를 다시 써서 보내야했다.

 


* 슬퍼하지마. 인생이란 그런 거야

 


보통,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시간이 끊어져 있으면 좋겠어, 란 표현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멈추는 것은 어쨌든 계속 돼야 하니까 아예 끊고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자살한 유리. 그래도 완규와 현의 인생은 계속된다.
한발 물러서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해. 인생은 그런 거라고.

 


* 다독이 무엇이관데

 

 

 

한 책의 책장을 덮으면 어느새 새 책이 기다린다. 읽은 책의 여운을 되새길 여유도 없이 또 새 책을 집어든다. 많이 읽지만 뭔가 속이 텅 빈 느낌이다. 읽어도 읽어도 채워지지 않고 갈증과 허기가 더해진다. 주인공 ‘준’은 내게 저렇게 속삭였다.
한때 다독과 리뷰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이웃님께 이 구절을 써서 보냈다.

 


* 자녀를 생각해줘

 

 

 

한 두 해 전인가. 자녀와 터키를 여행하는 친구로부터 카톡으로 사진을 받았다. 많은 일로 아마 자녀와 함께 하는 날이 적었을 거라 생각이 들며 그런 여행을 하면서 소원해졌을 지도 모를 자녀와 많은 대화를 했을 것이다. 자녀의 생각을 들으며 아빠로서 인생에서 우러난 충고만 할 게 아니라 신민아씨가 연우에게 했던 말처럼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편지에 담았다.

 


* 많은 축하가 없더라도

 

 

요즘 혼자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자정을 넘어 운전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텅 빈 거리. 오가는 사람은 없고 ‘준’의 행동처럼 신호등에 걸려서 운전대에 두 팔을 얹고 나면 검은 정적 속으로 빠져든다. 그냥 혼자다. 안개가 있었다면 더욱 센티해졌겠다. 그래 맞아. 태어날 때도 혼자였지. ^^ 괜히 생일 카드에 은희경을 적어본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 받지 못하더라도 외로워하지 마세요. ㅋ

 


* 별을 사랑하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

 

 

 

별을 사랑하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에게 쓴 거라 별자리 우표를 붙였다. 그가 별자리의 경계 날에 태어나서 별자리가 헷갈린다는 말에 별자리 우표 가장자리에 날짜 범위도 함께 적어 보냈다.
은희경 작가는 저렇게 독백을 남겼다. 실제로 친구는 큰 병에 걸린 적이 있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연구 또한 별의 탄생 그리고 사라짐과 관련이 있어 어쩜 이리도 ‘금성녀’의 구절이 그에게 딱 맞아떨어지는지 감탄했다.

 


* 시를 쓰는 이웃님께 보낸 편지

 

 

 

요셉은 자신의 소설 ‘경천동지’에서 저렇게 썼다. 나는 창작의 고통을 잘 알기에 그 고통을 의연히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웃님을 향해 적었다. 술이라도 잘 하시면 창작의 고통이 좀 들어들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술을 못 하신다니 안타깝다. ㅠ.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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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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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완전 의미있는 필사입니다. 필사로 전하는 마음이네요.

    2015.04.09 14:58 댓글쓰기
    • violakr

      네. 이렇게 쓰니 또 나름대로 정취가 있더라구요. ㅎㅎ

      2015.04.09 15:27
  • 파워블로그 블루

    와아.. 완전 멋짐.
    우리 비올라님이 갑~!! ^^

    2015.04.09 15:01 댓글쓰기
    • violakr

      블루님도 하실 수 있어요. 힘 내세요. ^^

      2015.04.09 15:28
  • 파워블로그 waterelf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독특하면서도 의미있는 편지가 되겠네요.^^
    특히 은희경 작가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편지지와 우표가 뜻깊게 다가올 것 같아요.^^*

    2015.04.09 19:36 댓글쓰기
    • violakr

      물요정님도 아날로그 세계로 빠져 보세요. ^^ 귀찮긴 하지만 상대방이 내 편지를 소장한다고 생각하면 은근 중독성 있어요. ㅋ

      2015.04.1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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