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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소설이었다. 서평 지원자가 없어 인터넷 검색을 하니 혹평이 많아 문제가 있나 싶었지만, 다양한 작품을 접할 요량으로 신청해서 책을 받았다. 그런데 제목도 이상하고 작가명도 밝힐수 없어 '무명'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책 뒷 곁장의 본문 발췌해놓은 것 밖에 아무 것도 없었다. 그것은 읽지 않고 그냥 책을 펼쳤다.


시작부터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전화다. 

아버지를 비슷한 시기에 잃은 두 사람, 노아와 안나의 관계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한다. 안나가 우울과 불면증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노아를 다독거리고 위안을 주면서 서로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간다. 노아가 사업 재기를 하면서 다른 여자, 수지가 나타나는데, 안나와는 아예 반대편,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다. 이 세 사람이 노아를 중점으로 마음을 주고 받으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가지만 서로 밝힐수 없는 아픔에 후반부 안나의 자살과 함께 노아의 반전이 일어나면서 각자 헤쳐나가는 스토리다. 


제목을 왜 이렇게 달았을까? 궁금증을 가지면서 관련 내용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이름이 있다는 건, 존재한다는 거잖아.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라, 소중하고 귀하게 존재한다는 거. 별 거 아닌 것에는 이름도 안붙여주잖아. 소중하니까 이름 붙였지.(p48)


내가 말이야. 이름 없이 살았어. 수지보다는 다른 이름이 더 많아지더라. 내 역할이 이름이 된 거야. 회사에 있을 때는 대리, 집에서는 며느리, 제수씨, 형수님. 거기에 내 이름은 없었어. 너 내 성격 알지?

... 사실 이름이 크게 중요하진 않았지만 잊히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어. 그동안의 내가 없어지고 안 입은 옷을 억지로 껴입는 거잖아.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도 이름을 불러주면 좋은데... (p201-202) 


404가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자주 뜨는 에러 코드 넘버다. 404 not found, 404 Page not found. 찾을 수 없단 소리다. 이름이 사람의 자존감을 지켜준다는 것이 아닐까. 이름없는 세상은 존재감 상실로 살아가기 힘들다. 비록 안나는 우울증에 스러졌지만 남은 두 사람은 "N.G. 외치고 다시 시작하면 돼"라고 외치고, 이름을 찾고 자아를 찾으려고 서로 노력한다. 


상처 입고 아프고 힘들고 불완전해도 좋다고. 그게 나니까. 그게 사람이니까. 그게 인간적이니까.(p278)


세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참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 모두 공감되었다. 이렇게 사전 정보없이 독서를 하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마지막 구절, 

노아는 블랙홀을 빠져나와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p279) 





404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무명 저
율도국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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