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미라 발렌틴, 그녀가 미디어에 등장할 때면 언제나 우당탕탕 소동이 일어난다. 작품에 등장하는 기묘한 인물을 코스프레하는 게 취미다. 2019 도서박람회에서는 이 책의 등장인물인 스호오크 차림으로 전설의 닭 뼈를 들고 나타났다. 일탈과 같은 그녀의 자유분방함을 모두가 부러워할 듯하다. 그러니 그녀의 내부에 있던 판타지 세계를 풀어내는 스토리 전개가 참신하다.
도돌이표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읽는다는게 힘들수도 있다. 굳어진 생각을 유연하게 해야 흥미있지 않을까. 다 읽고 되새겨보니 그리 비현실적인 스토리는 아닌 것 같다. 중세시대의 귀족과 하층민,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도 외형은 같을지언정 가면을 벗으면 얼마든지 찾을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먼 옛날 에냐도르 대륙의 동, 서, 남, 북에 네 군주가 다스렸는데, 대륙 전체를 지배하려는 욕망에 후손에게 대륙의 통일을 요구했다. 이들 인간은 권력과 부를 점점 더 갈망하며 탐욕에 젖어 들었다.
대마법사를 만나 동부 왕자는 불굴의 의지를 내주고 화염을 다루는 드래곤으로, 북부의 왕자는 미모를 내주고 데몬으로 변신하여 피부가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가죽이 되었고 눈에서 쏘아진 치명적인 눈빛만으로 굴복시킬수 있다. 서부의 왕자는 사랑, 유머, 삶의 의욕과 같은 감정을 내주고 누구보다도 아름답지만 도도하고 쌀쌀맞은 엘프가 되어 어떤 것도 베어낼 수 있는 검, 문스워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화염에는 무력해서 에냐도르 대륙의 종족 사이에 끝 모를 전쟁의 서박이 올랐다. 드래곤은 엘프를, 엘프는 데몬을, 데몬은 드래곤을 공격하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남부의 왕자는 당장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재능이 사라지면 결국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 거라는 이치를 깨달아 아무 힘도 원하지 않았다. 그의 용기에 대마법사는 그의 이성을 사용하라고 속삭였다. 그를 찢어발기려는 타종족의 힘에 비하면 소소하겠지만, 그가 지닌 의지, 매력, 열정, 증오 그리고 용기와 결합하면 앞으로 계속 인간이 생존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그 자신과 종족을 지키리라는 조언을 받았다.
주요 인물로 인간은 트리스탄, 아그네스, 마론, 그리고 엘프 계에서는 이스타리엘, 이조라, 마법사로 엘리야, 카이, 데몬은 툴, 드래곤으로 사피라, 스호오크가 나와 스토리가 전개된다.
작가가 코스프레하는 인물은 스호오크, 카이가 마법주문으로 종속시킨 드래곤 소녀로, 인간의 형태로 변신하면서 날개와 칼처럼 날카로운 턱이 사라지고 팔, 다리 그리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붉은 곱슬머리를 한 벌거벗은 나신의 미녀다.
이들 네 종족에서 특이체질을 가진 파수꾼이 각각 한 명씩 동시에 등장하면서 에냐도르의 새 시대를 만들려는 첫 과정으로 1권 '에냐도르의 전설'이 끝난다. 2권부터는 주요 인물간 관계와 파수꾼의 역할이 더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책표지 그림이 드래곤이 날고 있는 계곡 그림이다. 이런 판타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갈등에서 평화의 시대로 가는 여정으로 각 종족별 얼키고 설치는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아쉬운 점은 한번씩 오타와 오기가 있다. 꼼꼼한 점검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