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천천히 바뀐다. 우리나라에서
신분제가 사라진 건 1894년의 일이지만 1990년대 초까지도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는 으레 식모를 위한 방이 있었다. 사람들은 예상 외로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식모를 위한 방이 있는 집에서 자란 아이가 신분제의 의식에서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다. 계급은 다른 방식으로 재편되어 유지될 뿐이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화북(華北) 지방에서 발달한 북방계 사합원(四合院)은 대문을 따로 빼고, 가운데 있는 마당을 담장과 건물로 둘러싼, ‘ㅁ’자 형태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