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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지능

[도서] 다윈 지능

최재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다윈 지능 | 최재천 | 다윈의 진화론 이야기 | 유시민 알릴레오 북's 추천도서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초등학생이었던 당시 포켓몬스터만화를 통해 '진화'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파이리''리자드'가 되어 '리자몽'이 되었고, '꼬부기''어니부기'가 되어 '거북왕'이 되었다. '파이리'는 아이 공룡이니까 점점 몸집이 커지고 커다란 날개가 생긴다는 건 알겠는데, '꼬부기'는 전화가 거듭되면서 훗날 등에 물대포가 생긴다는 건 정말 놀라운 충격이었다. 그 외에도 '캐터피 단데기 버터플', '야돈 야도란', '또가스 또도가스' 등 진화하는 무수한 포켓몬들이 만화 속에 등장했다.

 

포켓몬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면 점점 몸집이 커지거나 강해졌다. 그저 귀여웠던 친구들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날카로워지고 멋있어진다. 최종 진화의 모습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독특한 특징이다. '리자몽'이나 '거북왕'까지 진화하면 끝이다. 끝이 정해져 있기에 순서가 있고, 예외가 없다. '파이리'가 진화하면서 뿔이 자란다거나 '캐터피'가 진화하면서 '버터플'이 아닌 '잠자리'가 되는 경우는 없다. 어린 내게 '진화'란 그저 "점점 좋아지는 거"로 이해되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탄생이 창조주의 은총과 의지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저절로 그리고 우연히 나타난 결과라고 주장했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73쪽 참고) 최재천 교수님 역시 다윈 지능을 통해 진화란 방향성이 없으며 목적성도 없다고 말씀하신다. 인간은 무계획적이고 무도덕적이며 비효율적인 자연선택 과정의 우연한 결과물이며, 항상 단순한 데에서 복잡해지는 방향으로만 진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75쪽 참고)

 

진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는 강물과 같다. 유일한 단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저 과정일 뿐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생물은 진화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먼 훗날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나갈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인간의 수명이 너무나도 짧기에 특정 종이 진화하는 과정을 목격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찰스 다윈이나 최재천 교수님 같은 생물학자 덕분에 지구에 있는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해나갔는지를 알 수 있다.

 

진화를 이야기할 때 '자연선택'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래!"라는 말과 함께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자연 속 원숭이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닌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에서 진화의 비밀이 시작되었을 거로 생각하기 쉽다. 혹시나 그랬다면 "!"이다. 다윈이 말하는 '자연선택'에서 자연은 방금 말한 자연이 아니다.

 

"쌍커플 수술이 자연스럽게 잘되셨네요.", "반복해서 연습하니 춤동작이 꽤 자연스러워졌는데."라는 말에서 쓰이는 자연이 '자연선택'의 자연이다. 결국, 자연선택이란 누가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의미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38쪽 참고) 진화란 그저 저절로 그리고 우연히 벌어진 결과물이라는 말과 통하는 표현이다.

 

이기적 유전자로 널리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그의 또 다른 역작 눈먼 시계공을 통해 자연선택의 결과를 눈먼 시계공으로 빗대어 설명했다. 오늘날 생명체를 숙련된 시계공이 정교한 설계와 수리를 통해 만든 고쳐진 시계 같지만, 현실은 앞을 못 보는 시계공이 시계를 나름 고쳐보려 애를 쓰다 실패와 실패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작동하게 된 시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104쪽 참고)

 

우리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은 세상을 그리며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이란 말을 쓰곤 한다. 마치 신의 선택을 받은 열등한 개체만이 살아남고,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전부 멸종되어 사라져버린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여 멸종된 공룡처럼 그저 운이 없어서 사라졌을 뿐, 충분히 훌륭한 대부분은 살아남는다.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라는 말이 종의 기원을 논하는 진화 이야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토록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아름답고 화려한 생명이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다윈의 종의 기원마지막 문장이다. 종의 기원'과연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우리의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신이라는 존재가 아담과 이브를 만들어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다. 그저 어쩌다 우연한 계기로 태초에 생명체가 이 지구에 생겼고, 자연선택론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 세상을 만들었다. 다윈 지능의 최재천 교수님은 이 세상 모든 생명이 근원적으로 한 가족이라는 깨달음은 우리 인간을 더할 수 없이 겸허하게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최재천의 다윈 지능- 279쪽 참고)

 

만화 포켓몬스터엔딩 OST 들어보면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가사가 나온다. 만화 속에서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지만, 진화론에 따르면 그들 모두 단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들만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안에서 때로는 경쟁도 하고 공생도 하면서 진화해나간다. 늘 강자만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이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간다.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소소한 일에만 집중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다윈 지능을 읽으면서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안목과 여유가 생겼다. 우리 주변에 있는 꽃과 나무들에 한 번 더 눈이 가고, 길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나 새를 마주치면 그들이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어떻게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런 소소한 질문 덕분에 하늘을 보고 땅을 본다. 이 지구는 인간들만의 세상인 줄 알았는데, 다윈 지능을 통해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다른 무수한 생물들이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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