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블루보다 파리 그레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듯한 이 책.
저자의 우울함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나에게까지 전해져온다.
파리의 아름다운 미술관과 건축물을 구경하면서
자신의 우울한 현실과 지나간 사랑들을 회상한다.
일상이 너무나 힘들고 지쳐서 파리라는 도피처를 찾은 듯한 저자의 감정이
나에게도 쓰나미처럼 다가와 책을 읽는 내내 우울함을 떨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여행에세이들은 밝은 느낌을 안겨주고, 여행의 설레임같은 것들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이 책은 어쩜 이렇게 우울함만을 안겨줄까...
이러한 분위기때문에 책을 그만읽을까 고민도 했었다.
지나간 사랑이야기도 좋고, 파리 곳곳의 건축이야기도 좋은데...
왜 하필 파리까지 가서 지나간 추억때문에 파리에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그 분위기에 같이 동화되어가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그녀의 아픔의 추억보다는 즐거운 추억들이 더 많이 언급되어서 그런 것일지도...
이 책은 파리의 대중적인 관광지보다는 미술분야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여러 미술관을 다니면서 본 그림 작품을 그녀만의 생각으로 해석해서 그 느낌을 전해준다.
미술사를 전공하셔서 그런가 화가의 삶 이야기도 들려주고,
그림이 그려질 때의 시대 상황 이야기도 함께 들려줘서 그런지 미술에 흥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와 함께한 미술감상은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미술이나 건축 쪽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그녀의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