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이 녹는 걸 보고 내가 얼마나 울었었는데...”
책을 읽으며 언젠가 옆자리분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릴적 봤던 만화영화 속 눈사람이 녹는 장면에서 충격과 슬픔에 울어버렸다는, 이과 감성 120% 충만한 지금 모습만 봐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안타깝지만 귀여웠을 옆자리분의 기억.
그러고 보면 나 역시 동생과 함께 만든 눈사람이 녹는 걸 아쉬워하며 차마 집에 가지 못하고 그 앞을 서성였던 시간이 있다.
눈아이(눈사람이 아닌 '눈아이'라는 표현이 예뻐 소리내 발음해 보게 된다)와 친구가 된 아이, 작은 일에도 재미있다며 마주보며 꺄르르 웃고, 함께 썰매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다.
아, 여기까지만!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 짓고 어릴적 아빠와 함께 만든 눈사람을 떠올리는 것까지. 눈사람이 녹는 건 나도 슬프단 말이야!
하지만 저자는 아마도 옆자리분이 얘기한 그 만화영화를 봤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담기지 않았던 아이와 눈사람의 이야기에 상상에 더해 함께 나누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꾸만 작아지는 눈아이, 흙과 먼지에 지저분해지는 눈아이, 그럼에도 서로 나눠낀 빨간 장갑을 놓지 않던 두아이가 숨바꼭질을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핑 돌아버렸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아,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눈아이를 만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을까 합니다. 옆자리분의 기억 속 눈사람처럼 그렇게 슬프게 사라져 버렸는지 궁금하시다면 책의 마지막 장을 직접 확인하시기를 추천하며 겨울이 오기전 조금 일찍 만난 눈아이의 이야기를 11월의 첫 글로 남겨본다.
*덧붙이는 말
어릴적 내가 만났던 눈아이는 그 밤에 혼자 무섭진 않았을까?
조금 더 함께 놀아줄껄...기억 속의 눈아이를, 그 시간 속의 나와 동생을 떠올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