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처럼 오래전 이 세상을 살아간 어느 성현의 지혜를 모아놓은 책인가 했다. ‘세이노’라는 이름 역시 어딘가 고대 그리스 또는 로마시대의 숨겨진 현자를 일컫는 이름처럼 들리지 않는가? 이런 나의 예상과 기대는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갸우뚱거림과 함께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필명 세이노는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Say No)는 뜻이다 ebook p.10
아하, Say No..그렇구나. 이때부터였다. 고전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가르침(!)을 얻고자 했던 내 기대가 방향을 잃어버린 것은.
당신의 삶이 분노할 대상임에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미 당신의 뇌는 썩어 버린 것이다. 차라리 강물에 빠져 죽어 버려라. 하지만 이제라도 삶이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되면 그 삶을 던져 버려라. 내동댕이쳐라. 삶은 한 번뿐이다. 삶에 비굴하게 질질 끌려가지 마라. 명심해라. 당신이 분노하여야 할 대상은 이 세상이 아니다. 당신의 현재 삶에 먼저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No!’라고 말하라. Say No! 그리고 당신의 삶을 스스로 끌고 나가라. 당신이 주인이다. ebook p.34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이 내가 속한 작은 책 읽기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현재 내가 그 모임의 리더를 맡고 있지 않았다면 결코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은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그 많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더 많고,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중에는 나의 이해 범주를 넘어서는 너무 다른 생각들이 있음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책의 시작부분부터 살짝 거친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 충격 요법도 필요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나랑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만 더욱 강렬해졌다. 참고로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모임인 탓에 책 읽기 모임에서의 완독률 역시 거의 0에 수렴해 버렸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순자산 천억 원대의 자산가(책 소개에 이렇게 적힌 것을 나는 책을 읽고 시작한 후에야 읽었다)가 들려주는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나 역시 그러하다). 그럼에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목표(부자가 되는!)를 실현하는 과정이 내 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걸 보면 나는 세이노가 말하는 방식으로는 ‘부자’가 되기 힘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뭐..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이런 내 말을 들으면 아마도 저자는 다소 거친 언사와 함께(실제로 책에서 이런 말까지 가능하구나, 싶은 대목들이 더러 있었다) 싫으면 관둬라. 이 책은 왜 읽었냐, 독설을 내뱉을 지도.
From Millie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문장
뭘 배우든지 간에, 뭘 하든지 간에, 미친 듯이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하여라. ebook p.62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주어진다는 것을 믿어라. 문제는 그 시기가 당신이 생각하는 시간보다 더 미래에 있다는 점이다. ebook p.70
몸이 피곤하다고? 월급이 적어서 공부할 마음이 안 생긴다고? 해 보았자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노력이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하기 싫어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노력이란 싫어하는 것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 취미 생활일 뿐이다 ebook p.176
꿈 깨라. 꿈을 갖고 야망만 품으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가? 꿈과 야망이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누구나 성공의 꿈을 품고 살아가는데 왜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라는 말인가.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은 야무지고 원대하게 품지만 그 꿈을 실현시키는 아주 작은 단계들은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기 때문이다 ebook p.332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인정하라.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인해 마주치기조차 싫은 사람들이 주변에 생기게 마련이다. ebook p.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