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때로는 진실보다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부모의 양육을 받고 자라온 자식이라도 오랜 시간 날 봐오며 키워주신 부모님도 모두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사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상대가 마음을 드러냈을 때 보이는 부분 정도이다. 그마저도 전체가 아닌 일부의 그림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공유했던 시간들이 많았다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을 지레짐작하기도 날카로운 말로 베어내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가까운 사이이기에 신뢰하고 있는 관계이기에 상처가 되는 말 한마디는 마음 깊숙이 새겨져 평생을 괴롭게 하기도 한다. 말은 하지 않은 걸 후회할 때도 있지만 크게 후회할 때는 역시나 말을 했을 때이다. 더군다나 감정에 휘둘려 말을 했을 때 후회는 더 크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며 건네받는 말은 상대방을 아프게 한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할 가족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가?
도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를 읽어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때로는 내가 겪은 경험담이 적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야기가 그 안에 들어 있다. 평생 가족으로 살아온 이에게도 평생 남으로 살다가 가족으로 살게 된 이에게도 가족 간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구분하기란 참 어렵다. 말이란 건 같은 말도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처를 주는 대화법으로 인해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연수'와 '희중'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그 속에 들어있던 대화법 중 어떤 부분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소가 되는지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가족의 대화 매뉴얼' 페이지를 통해 알려준다.
제프 베이 조스는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난 파도와 같이 다스려지지 않은 감정을 폭발 시키며 상대방에게 쏟아낸다면 이 행동은 분명 남을 배려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내가 휘두른 칼에 상대 또한 칼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해결해야 될 본질은 잊히고 어느새 감정싸움으로 말이라는 칼로 칼을 베기 위한 싸움이 되어버린다. 저자는 대화할 때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나를 찾아와 자신의 신세를 푸념하거나 한탄하는 등 하소연을 한다면 이 사람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상황 정리와 문제 해결, 문제점 발견이 아닌 '위로'다. 그때 당시의 자신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위로받고 싶어서 당신을 찾아온 것이다. 그럴 때 가장 효과적인 리액션은 '당신이 옳다'라고 말해주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책 중 '연수'와 '희중'이 결혼을 하며 양가 집안이 서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연수와 희중 또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마주함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사실감 있게 풀어내 책이 술술 읽혔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지만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이해해 줄 거란 인식도 깔려있다. 그러나 드러난 부분과 드러나지 않은 부분의 간극이 클수록 또 그 사이를 함부로 넘겨짚는 버릇으로 채운다면 오해의 실은 풀기 어렵다. 가족이란 것이 이토록 어려운 존재였나 생각이 드는 한편, 타인은 나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하고 배려해 아무도 상처받지 않을 가족의 대화법 또한 배워둘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