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침묵의 봄

[도서]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언젠가, 먼 훗날, 그런 때가 올까 두렵다. 책의 시작, 우화에서 묘사하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의 풍광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때가 올까 봐…….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새소리에 눈을 뜬다.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우리 집 마당 어딘가 혹은 전깃줄 위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같은 시각이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참새 소리는 분명 아니고, 새가 노래를 하는 듯이 지저귀기에 이른 시간이지만 기분 좋게 눈을 떴다. 하지만 이도 매일 반복되다 보니 슬슬 짜증이 차올랐다. 새소리의 아름다움보다 매일 늦은 시간에 잠이 드는 나의 성향상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한참이나 이른 시간에 눈을 뜨게 되는 고통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달았다. 삭막한 아침이 아닌, 아름답게 지저귀는 알람으로 나를 깨워준 새들에게 감사해야 함을 알았다. 새들이 울지 않고, 잡초라 부르는 풀과 들꽃들이 자라지 않고, 때론 신기하게 바라보는 땅을 행군하는 벌레들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인간만 이 지구 상에 남는다면 우리의 눈은, 귀는, 무엇을 보고 듣겠는가. 잠시 잠깐 새소리에 눈을 감고, 들꽃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고, 신기한 벌레를 보며 공상에 빠지는 사소한 살아감의 재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자연계가 어둠에 잠기는 상상만으로도 삶의 의미 중 큰 부분이 상실되는 아픔이 따라올 거 같다. 그래선 안 된다…….

 

몇 해 전인가,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았다. 당시에는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기억해야지 하면서도 나의 기억회로는 참 빨리도 이 책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떠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책 한 권 찾아 읽기도 참 버거운 빠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기계문명은 끔찍하리만치 빨리 발전하고, 그에 따라 자연계의 균형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지키고 보존하기보다 부수고 해쳐서 겉만 그럴싸한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이 책의 저자 레이첼 카슨 여사는 50년 전에 우리에게 경고했다. 문명의 이기가 어떤 폐해를 낳고 자연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인간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까 하는 것들 말이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DDT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는 1972년 이후 전면 사용금지가 되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강력한 화학물질과 함께 인간의 이기심으로 점철된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카슨 여사는 살충제가 자연계에, 나아가 인간에게 미치는 파장을 사례들과 함께 조목조목 열거해 나갔다. 그러면서 살충제의 전면 사용중지라는 답안보다는 먼저 사람들이 인식의 변화를 꾀하길 요청했다. 식량의 풍요 이전에, 인간만 배불리 먹기 이전에, 더욱 근본적인, 자연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책임의식과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 같은 문제 말이다. 자연계라는 곳은 우리가 알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오묘하고 신비로운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여태 지구가 존속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 아무리 파괴하고 훼손하려 난도질을 해도 본연의 자정능력으로 버텨와 준 것,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도 텃밭에서 최소한의 채소는 가꿔 먹기 때문에 농약의 이점과 해로운 점을 피부로 체득했다. 초기에 텃밭을 가꿀 때는 비료와 소량의 농약을 사용했는데 확실히 병충해에서 자유로웠고 수확의 기쁨도 있었다. 작년부터는 채소의 자생능력 그대로 크길 바라고 보다 건강을 생각해서 외적인 화학물질은 일절 첨가하지 않고 키우고 있다. 수많은 벌레가 꼬이고 모양은 엉망이더라도 그나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데 위안을 두었다. 헌데 어떤 책에서 언급하길, 오염된 토양의 자정능력을 회복하려면 최소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살충제를 쓰고 비료를 주고 그 외에 화학 영양제 등을 주게 되면 작물은 잘 자랄지 몰라도 토양을 비롯해 대기는 서서히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라고. 보기 좋은 음식을 먹고자, 내 입에 들어가는 것만 신경 쓰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많은 사람이 자연이 아파하는 건 돌아보지 않았던 거 같다. 자급자족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자연의 파괴를 보며, 경제적인 풍요만이 잘 사는 삶은 결코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들의 이기심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인간이란 이 거대한 자연계에서 미약하리만치 작은 종족일 뿐인데도 이 대자연을 손에 쥐고 쥐락펴락하려는 모습이 서글프다. 언제쯤이면 자연이란 것을 뛰어넘어서야 하는 것이 아닌, 함께 공생해야 할 살아있는 실존이라고 자각할까.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적잖은 사람들과 그에 못지않게 환경을 파괴하려는 자들 사이에서 부디 자연의 섭리가 승리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과연, 인간의 탐욕이 끝나는 날이 올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녹음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곤충들의 도움이 절실하고 토양의 정기를 받기 위해서는 미생물들의 존속이 절실하다. 자연은 결코 정복되지도 정복할 수도 없다. 욕심으로, 괜한 헛수고를 하려는 인간들 앞에 자연은 점진적이나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이기로 인해 파생된 환경오염과 숱한 자연재해로 말하고 있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 생태계가 아픔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고 듣고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카슨 여사도 말했다시피 개개인의 인식 변화다. '나만 아니면 된다.' 가 아니라 '나부터'라는 마음으로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과 거대 자연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들의 죽음이 곧 우리의 죽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늘에는 새가 날아다녀야 하고 땅에는 가축들이 뛰어다녀야 하며 강에는 물고기가 헤엄쳐야 하고 숲에는 곤충들의 기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자연의 바른 모습이다. 그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숨 쉬고 살아가야 하는 게 인간이다.

 

왜 모르는가. 자연은 파괴해야 할 하나의 정복 대상이 아니라 함께 지키고 가꿔나가야 하는 인간 삶의 모태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수많은 과거의 사례를 통해, 현재의 자화상을 본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알 때, 비로소 진정한 삶의 합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감사한다. 이런 책을 지금, 21세기에 읽을 수 있다는 데 대해 나는 오늘 너무도 감사한다……. 반면 지금이 21세기라서 이 책은 너무도 고리타분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렇게 사회를 향한 고발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었다는 데에 더 의의를 두고싶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은 너무도 삭막한 곳이 되어버리지 않겠는가.

 

그리고 부디, 내가 눈 감은 후, 내 후손들을 위해, 먼 미래에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 뜰 수 있는 아침이 오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1

댓글쓰기
  • 아름다운날들

    아침의 새소리를 들은 지가 언제인지...
    뻐꾸기 알람 소리로 대체해서 듣고 있습니다만..썰렁하네요^^
    오래전에 읽었는데 저는 지루해하며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깽님만큼 생태계에 관심이 없었나.... 이참에 먼지 앉은 책을 꺼내봐야겠군요.

    2013.06.03 10:38 댓글쓰기
    • 깽Ol

      ㅋㅋㅋ 뻐꾸기 알람 ㅋㅋ 전 그 소리 못들은지가 오래인데@.@
      저희 동네가 반촌이다 보니... 아침에는 새소리가 시끄러울 지경이랍니다^^
      사실 저도 좀 지루했어요-.-;; 한편으론 잘 읽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2013.06.09 15:10
  • Dean

    새소리가 어느 때부턴가 들리지 않더라구요.. 저도 이 책 봤는데.. 자연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인지라,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영향을 받게 되고 비틀어지게 되는데.. 인간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파괴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충제는 당연히 써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교육 받고 자라왔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지금에서야 어느새 문득.. 새소리가 사라졌다고 느끼듯이.. 미래에 어느 날에는 적막만이 감도는 삭막한 세계를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50년전에 쓰인 책인데.. 현실이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이 더 안타깝습니다.

    2013.06.03 11:37 댓글쓰기
    • 깽Ol

      그러게요. 그 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거의 없네요.
      인간은 여전히 자연을 파괴하면서 뒤늦게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퍼붓고..
      그래봤자 자연의 파괴는 이미 심각한데 말이에요.
      딘님 사시는 동네는 꽤 번화간가봐요! 서울에 사시는 분들 중에도 새소리를 듣는
      분이 계신데 거의 못들으신다니-.-
      아무튼, 지루하긴했지만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었던 것 같아요.

      2013.06.09 15:08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가끔 큰 아이랑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구가 아프지 않으려면 이 지구에 사람이 없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구요. 저도 채식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우리의 토양이 너무 오염되어서 그 토양상태가 좋아지려면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10년은 있어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집에도 가끔 새들이 찾아오네요. 시끄럽다고 싫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반가워해야겠어요. 오늘도 우리 집에 놀러왔구나.... 하면서요. ^^

    2013.06.03 12:47 댓글쓰기
    • 깽Ol

      우리 큰 이쁜이의 말을 통해 어른들은 반성해야 돼요.
      정말이지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각성하고 함께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함은 당연한 거고요.
      전 오늘 새소리에 눈 못뜨고 계속 잤어요 ㅋㅋㅋ^^

      2013.06.09 15:03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