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목차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책이다.
매우 흥미롭게 읽고 주변에도 여러 차례 추천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떠올리게 하였다.
게다가 사랑을 이해하는 철학적 '가이드북'이라고까지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가이드북답게 책 자체는 매우 두껍고 묵직하다. 그러나 분명 어려운 책임에도 여러 예시들을 통해 풀어둔 덕에 읽기가 그렇게까지 고되지는 않다.
목차를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사랑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것, 사랑은 '느낌'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사랑은 어떻게 '빠지게 되는' 것이며 어떤 경로로 '빠져있기로' 선택하게 되는 것인지 등, 책을 읽기 전부터 눈길을 끄는 주제들이 많다.
그리고 이 주제들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많은 생각에 잠기게끔 한다.
책 중간 중간에 장을 나누기 위해 보라색 페이지들이 삽입되어 있다.
다소 무거운 전공 서적같은 느낌을 풍기는 책 표지와는 달리, 책 안은 몽글 몽글한 서체와 하트 일러스트, 과감한 색상 사용이 인상적이다.
흥미로웠던 대목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사랑을 사회적 '발명품'이라고 칭한다. 즉 우리가 만들어낸 관념들의 구성물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접근법이 참신하게 느껴졌고 공감이 갔다. 결국 우리가 이토록 사랑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정의하려하고 탐구하려하는 것은 사랑이란 것 자체가 태생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유기적이며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랑을 여러 위계에서 차례 차례 뜯어가며 살펴보고, 또 다시 재조립한다.
책을 한참 읽다가 웃음이 터진 부분이다.
꽤나 저자가 사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고 생각하며 읽던 차였는데, 그 때 보이는 문장.
"이제 우리는 사랑을 정의하고 있는가? 아직 우리는 사랑의 정의에 근접하지도 않았다."
그렇다. 이 책은 이 책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계속하여 사랑을 정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퉁쳐서 느껴오던 감정과 생각들이 사실은 그 안에 염려와 연민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있는 것이라 말하며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하나씩 설명한다.
책 전체 내용 중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사랑의 조정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처음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사랑에 '빠져있기로' 결단한다.
<사랑의 기술>에서 말하는 사랑은 감정이기에 더해 기술이고 의지라는 내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아무래도 꽤나 두꺼운 책이기에, 이 책은 한 번 휘리릭 읽고 다시 한 번 읽을 때는 조금 더 곱씹어 읽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필요한 챕터는 한 번 더 읽어봐도 충분히 그 여운을 느낄 수 있을 책이다.
비단 사랑에 대한 이론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사랑을 하면서 겪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비록 험난한 여정이라 할지라도 사랑의 항해를 계속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