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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도서]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저/최용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설 연휴다.
동생네가 부모님을 뵈러 집에 왔다.
동생네의 생활은 누가 봐도 조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분위기는 우리 집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두 돌이 지난 조카는 훌쩍 커 있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거실로 나간 내게 "큰 아빠 어디 가요?"라며 분명한 발음으로 질문해 당황하게 할 정도였다.
감기 기운으로 힘들어하는 엄마와 조카의 재롱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잊지 않고 챙긴 목도리가 감사한 날씨였다.

 

익산에 들렀다 군산에서 밥을 먹고 대전에 오는 길에서 언젠가 눈여겨본 그래피티가 머리를 스쳤다.
tout le monde a un jardin secret.
우리가 모두 비밀 정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인간 영혼에 대해 확신에 가득 찬 것처럼 이야기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할 이유다.

 

수와 모드는 사랑의 감정에 흔들리면서도 애써 진실에 눈 감으려 했던 것 같다.
한없이 외면하고 미워하며 각자의 비밀 정원 앞에서 서성거리는 시간이 폭풍처럼 지나간다.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삶의 이야기 끝에는 엄마가 있다. 구태의연해서 재미는 없지만 물리칠 수 없는 사실이다.
보통의 엄마라면 그럴 것이라는 당연한 클리셰로 갈등은 사라진다.

 

다시 말하자면, 엄마의 영혼엔 어느 순간에나 확실하게 선택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런 주제는 아니지만, 그런 걸 느끼게 되는 전개다.

 

내 조카는 "엄마 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때 자기 엄마는 제 곁에 있는데도 그런다.
그 마음을 빼앗거나 훔칠 순 없다. 별 수 없다.

 

안쓰럽지만, 그러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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