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물을 읽을 때 현대물보다 역사로맨스쪽에 더 매력을 느낀다. 기존 역사에 이야기를 녹아 들게 하는 솜씨가 좋고, 가상 국가를 만들어도 작가의 창조한 세계의 매력이 좋다. 더구나 서연후는 이미 <가희>라는 작품을 통해 역사로맨스를 쓴 적이 있는 작가인데 그 작품에 꽤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은월>은 전작 <가희>처럼 새로 창조한 가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위난의 소왕야인 진위는 부왕의 명을 받아 려한과 동맹을 맺으러 려한을 방문한다. 하지만 그 동맹을 맺는 방법은 황제의 붕어 후 새로 제위에 오를 어린 황제가 아닌 황위 찬탈을 노리는 한유공의 역모를 지지하여 그가 황제가 오른 후 맺을 동맹이다. 그런 진위가 우연히 한 여인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그녀는 총명하여 황제의 사람을 받았으나 원인모를 열병을 앓아 장님이 된 후 궁에서 내쳐진 공주 수안이다. 허나 수안은 한유공의 황위찬탈을 막으려하고 이에 이 둘은 서로 적대관계가 될 수 밖에 없으나 점차 서로에게 매료되어 가고 있었으니...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법한 조건이다. 전작의 기억도 있고 소재도 괜찮았기에 내용을 기대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점차 실망을 하게 되었다. 설정상 심계가 깊은 인물이라고 하는 한유공은 단순히 욕심많고 음흉하게 느껴질 뿐이고, 누구보다 사내다운 포부를 지니고 있으며 너그러운 아량과 굳센 심지를 지닌 인물이라는 진위는 감정적이고 시야가 좁은 인물일 뿐이다. 그나마 총명하다는 수안만이 어느 정도 설정을 유지하고 있다하나 좌절하지 않는 긍정적 사고를 가진 현명하고 기품있는 여인이라는 것이 납득되기에는 행동거지도 대사도 많이 부족했다.
이런 작품들은 아쉽다. 특별히 장르가 문제가 아니라 소재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끌 능력이 없을 때 좋은 소재가 죽어 버린다. 그리고 이 소재는 그 후 다른 작가들이 건딜기 힘든 소재로 분류되어 버리기에-아류작이 될 테니- 소재를 사장시키는 지름길이 된다. 작가의 발전에서도 전작보다 못한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아쉽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