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현실에서 살기보다 꿈 꾸며 살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친구는 피터팬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처럼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어른이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면서 이 친구의 삶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괴리가 심해졌고, 주변 사람들과 상황들이 이 친구과 마찰을 겪게 되었다. 그 결과 친구는 점점 자신을 현실로 끌어오는 사람들과의 접점을 줄여가고 있다. 현실을 피해 친구가 빠져들고 있는 것은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책 등이다.
이 친구는 공부를 하기 위해 가고는 했던 도서관에서도 공부보다 책 읽기에 심취했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이 친구에게 소개받은 작가이다. 이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유리심장]이라는 2권짜리 소설이었다. 한참 [외과의사 봉달희]가 인기있던 무렵 심장 외과 의사 커플이 등장하던 소설을 시작으로 [라이벌]과 [암브로시아]를 거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조례진이라는 작가의 소설은 로맨스 소설의 이상적인 남성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잘 생긴 외모에 능력있고 성격 좋은, 그리고 일편단심인 남성상의 모습은 현실에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소설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이상향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일반 로맨스와 뭐가 다를까. 조례진이라는 작가를 기억하게 만든 것은 여자 주인공이 동등한 수준으로 능력있게 그려지는 모습과 더불어 두 인물이 결합했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였다. 남자 주인공보다 여자 주인공의 성격이 더 밝게 그려지는 편이었는데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가 살아 있는 작품이 나온다. 이 작가의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 [연애, 하고 있습니까?]는 그 중에서도 가장 통통 튀는 매력이 살아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잘 나가는 경영 컨설턴트인 선일은 여자 친구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는 이유로 이별을 선고받는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여자 친구에게 최선을 다해온 그는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는 여자 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피로에 지친 몸으로 우연히 들른 동네 편의점에서 맥주와 함께 춥파춥스를 구입한 후 편의점 앞에서 사탕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는 변덕을 부린다.
이런 그에게 극악한 외계생명체가 접근했으니 그건 바로 자신과 엇갈려 편의점에 들른 괴생명체였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에 극악한 패션 센스, 사차원적인 발언 등과 큰 키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잠입하려다 실패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으니 그로서는 절대 두 번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외계생명체는 자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시도하고 워너비 락커 소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편의점 알바까지 합류된 술자리 후 일어나보니 자신의 집에 외계 생명체와 함께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외계생명체 아무 생각없는 민폐 덩어리 같은데 가끔 핵심을 찌르는 발언을 하고, 은근히 속이 깊다. 그리고 외계생명체 도연희와 어울리는 동안 선일을 잃어버린 웃음과 여유를 되찾아 가게 되는데?
이 소설은 여주인공인 도연희가 사차원적인 발언을 즐기는 설정이라 그런지 글쓴이의 서술 역시 말장난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 그래서 더욱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고 말이다. 여주인공의 직업과 정체가 궁금하다면 읽어 보시길~ 스포 방지는 위해 2편의 리뷰는 생략하려고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