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들으면 흐뭇해지는 이야기가 있고, 반대로 들으면 안타까워지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책도 마찮가지다. 읽으며 즐겁고 기쁜 이야기가 있고, 읽으며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고... 김영미씨의 책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후자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세계 분쟁 지역 전문 PD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분쟁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전세계의 분쟁의 모습과 그 원인을 다루고 있다. 한 권이라는 책의 분량과 아직 어린 아들이라는 예상 독자층 때문에 깊고 자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에 핵심적인 내용만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뉴스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지만 세계의 분쟁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하면 거짓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분쟁지역에 대해 알려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눈에 들어온 내용 중 첫 번째는 이슬람의 분쟁이었다.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도 배웠던 하지만 그 때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시아와와 수니파의 구분이 레바논에서는 끊임없는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었고, 탈레반으로 유명한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끊임없는 테러와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다. 저자는 이곳의 전쟁과 치안 유지에 동원된 어린 미군들에 대한 우려도 드러내고 있었다. 더불어 이슬람이라는 종교과 여성을 억압하고 있기에 여성들이 그에 반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서구적 시각만 접했었는데 예상 외로 여성들도 그런 삶에 길들여져 있는 것인지 탈레반 정부가 사라져도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모습은 조금 의외였다.
때로는 인간의 탐욕이 분쟁을 불러오기도 한다. 바로 석유에 대한 탐욕 때문에 미국의 침공을 받은 이라크처럼 말이다. 대다수가 인정하듯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원한 것은 석유 자원이 아니었는가. 최고가치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어 슬픈 삶을 살게 된 시에라리온의 경우도 있다. 아무리 좋은 자원도 나라에 힘이 없고 안정되어 있지 않다면 끔찍한 재앙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가난과 내전으로 국민들이 불법적인 삶을 살아가는 나라들도 있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소말리아의 해적들에게 해적일은 생계 유지를 위한 방책이고, 가족들에게 해적은 일종의 영웅과 같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와 재판을 받은 해적들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했을 때 느꼈던 안쓰러움이 다시 느껴졌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신이 살 곳이 없어 고생하는 민족의 모습이었다. 우리나라가 주권이 없었던 시기가 있어서일 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신의 나라가 있는 곳은 그 곳이 안정될 방법을 찾으면 된다지만 쿠르드족처럼 국가 자체가 없는 그래서 이리저리 치이며 떠돌아다녀야 하는 민족의 아픔과 설움은 어떻게 누가 보살펴 줄 것인가.
이 책을 읽을 때 예전에 읽었던 [가자에 띄운 편지]를 다시 읽어볼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에 조금 더 시선이 갔다. 어린 시절에는 유대민족이 설움에 시선이 갔고, 유대인들의 강한 민족의식에 감탄했지만 지금은 팔레스타인의 아픔에 시선이 간다. 아직도 계속되는 그들의 악순환.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테러 소식들 속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안식이 찾아오는 날이 있기를...
여행 중 다양한 국적의 외국 학생들이 국제 정세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청년들도 저런 토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저자는 자신의 아이가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어머니가 소망하였듯 다른 나라의 아픔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