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주시가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 휴무에 관련된 조례를 통과시켰다는 사실이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조례의 통과는 큰 화제가 되었고 바로 법적인 타당성을 문제 삼아 대기업의 항의와 함께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쳐 연달아 관련 조례가 선포된 일이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실제로 전주시에서는 대형마트의 휴업이 시행되었다. 미처 휴업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 약간의 불편을 겪기는 했지만 큰 혼란은 없었고, 특별히 가시적인 성과 역시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자체가 외부 대형 유통업계의 독식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권력은 약자를 보고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근래로는 보기 드문 사례라 하겠다.
훈훈한 미담같은 사례지만 사실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대형 유통업체가 생기고 자리를 잡는 동안 오랜 시간 거주한 동네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곳곳에 위치하고 있고 간단한 근황을 주고 받을 수 있던 동네 구멍가게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췄고 의욕적으로 운영되던 지역의 중소마트는 문을 닫았다. 또한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와 비교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갈 이유가 없어졌다.(최근에는 재래시장의 인심도 야박한 편이고 물건을 안 사면 마수걸이인데 재수없다고 욕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더욱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러저런 이유로 지역의 상권이 약화되고 있는 사이에 오늘도 대형마트는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이런 이야기가 소설로 나온 책이 있다. 용진군이라는 한 지역이 있다. 중소도시도 아닌 이 지역은 한우리회라는 모임이 중심이 되어 상권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한우리회의 중심에는 이권하를 비롯한 형제들이 있다. 팔에는 형제라는 문신을 가지고 있는 이들 여섯 형제는 다들 외모도 과거도 평범하지 않다. 반 이상이 교도소 신세를 지내본 이들은 십여년 전 용진군에 외부 사채업자가 들어와 지역 주민들이 사채의 늪에 빠졌을 때 목숨걸고 그 사채업자들과 다퉈 지역을 지켜낸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형량을 채우고 나와 만든 단체인 한우리회는 상인들의 이권을 지켜주고 보호해주기 위해 만든 단체로 여러 가지 혜택이 있기에 지역 상인이라면 자신해서 들어가고 싶은 단체이다. 그리고 형제들은 단순무식한 깡패같고 주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존경하고 의존하고 싶은 의리파들이다.
이런 지역에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심상문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형 쇼핑 센터가 세워진다. 지역의 자금을 보호하고 일거리 창출이 가능할 것을 기대한 대형 쇼핑 센터의 건립은 지역 주민 모두에게 기대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건립이 되고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입주권을 보장받은 땅주인들은 다달이 내야할 월세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기에 입주권을 그림의 떡일 뿐이고, 대형 유통 마트에 의해 주변 가게들의 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 생계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 된다. 그리고 이 마트에 납품하는 중소 기업들은 용진 마트의 부당한 납품가에 의해 부도 위협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소비자는 점점 이 대형 마트인 용진 마트를 사용하지만 이로 인해 생계를 위협 받는 이들이 지나치게 많은 결과적으로 용진 마트만이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져 있었다. 더구나 비정규직은 부당하게 시간을 착취당하고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바로 해고당하게 된다.
이에 이들은 생존을 건 투쟁을 하게 되지만 지역 정권을 장악한 용진 마트의 언론 플레이에 지역 주민들은 투쟁하는 쪽을 비난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형제들에게는 이 상황을 타계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소설이기에 과장된 흐름이 있다. 하지만 재미를 위한 과장이 아니다. 실제 대기업과 지역 상권과의 다툼은 황소개구리 한 마리를 연못에 풀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닥치는대로 먹고 번식하는 황소개구리처럼 각 지역에 세워진 대형 유통 업체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이 입는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다. 생계가 걸린 상황이 아니지만 소설 속 용진마트처럼 상생을 모른다. 차라리 현실에서도 형제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현실에서는 이들을 대변하고 대항해줄 인물도 없다.
자본주의의 냉혹함 속에서 오늘도 또다른 용진군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그리하여 그들의 무자비한 욕망을 버리고 타인을 배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바람직한 상업 생태계가 탄생하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