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운동 원데이클래스, 일명 ‘여가여배’를 이끄는 두 여자의 요절복통 운동에세이다.
키 큰 여자 강소희는 농구를 좋아하던 아이였고 자라서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키 작은 여자 이아리는 수영을 하며 체력과 주량을 기른 디자이너다. 이 멋진 두 여자가 만든 여가여배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가르치고 배우며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주짓수, 농구, 스케이트보드, 축구, 배구, 스윙댄스 6개 종목을 진행했다고 한다.
한때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했던 중년 아줌마의 옆구리와 견갑골이 간질간질해진다. 까마득한 옛날, 퇴근 후 남산에서 달리기를 하고 테니스코트 위 허름한 식당에서 먹던 비빔국수와 막걸리, 삼겹살과 소주가 떠오른다. 30대의 최은하는 매일 수영을 하러 갔었다. 하루라도 수영장의 락스 냄새를 맡지 않으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무에타이를 배울 때는 시작한지 10분도 안돼서 온몸이 땀으로 반질반질하게 젖은 채로 열심히 주먹을 뻗고 발차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홀로 기다리는 강아지 송이와 4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핑계로 운동을 멀리하고 있다.
꾸준히 몸을 쓰며 차근차근 기록하는 이 두 여자가 너무나 부럽다. 게다가 글은 왜 이렇게 잘쓰는 걸까? 카피라이터라서? 기가 막히게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포스트잍 플래그를 붙이다 보니 어느새 형형색색의 '좋아요'가 빼곡히 붙어있다.
오타를 두 개 발견했다. 얼른 수정할 수 있게 2쇄, 3쇄, 여러 쇄를 찍어냈으면 한다.
'운동해야 하는데'만 되뇌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시작할 힘을 얻으면 좋겠다. 잘 쓴 수필이 고픈 사람이라면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추신 : 계속 글을 써주세요. 제발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겸연쩍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문제에 가장 빨리 부딪히는 게 낫다는 걸 아는 것이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피할수록 내 안의 고통이 연장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p.59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연아 선수의 대답을 떠올린다. 나에 대한 선입견을 무시할 때 의외의 가능성이 보인다.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하는 것, 일단 해보는 것의 힘은 세다. p79
축구화를 신는다. 운동장으로 나간다.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끈질긴 사람이 된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는 이렇게 힘이 세다.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며 회당 다섯 번씩 눈물을 흘리던 나는 급기야 34도 열대야에 족구장에서 패스를 하고 드리블을 한다. 족구장 그물에 대고 대포 슛을 쏜다. 두근거리던 심장은 이제 터져버릴 것만 같다. 아, 이 죽을 것 같은 살아 있음을 사랑한다. p.125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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