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22학번이라는 제목을 보고 입시에 성공하여 하버드대에 입성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버드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며 겪게 되는 노력과 성취, 절망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였다.
주인공인 구하비는 수도 외고에 최종 합격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석한다. 아론과 안단테를 만난다. 배치 고사를 치르고 면담에서 당당하게 하버드가 목표라고 답한다.
수도 외고 총괄 선진두 선생님은 하비가 자신의 시스템에 적합한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건다.
하비의 첫 고비는 데일리 에세이를 쓰는 시간이었다. 워낙 날고 기는 아이들이 많은 외고에서 하비의 실력은 그저 그랬지만 포기하지 않고 A를 받은 학생의 에세이를 베껴 쓰고 분석하며 실력을 쌓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첫 시험에서 하위권 성적을 기록하며 자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하비 앞에 로사가 나타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솔직히 상위권 성적을 받으며 아무런 고민 없이 하버드에 들어갈 아이라고 생각했다. 뜻밖에 최고라는 타이틀을 걸고 치열하고 경쟁하는 미국 학교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뛰쳐나온 과거가 있다니 솔직히 놀라웠다. 이미 그런 과정을 한 번 거쳐왔기에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고 앞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나 보다.
단지 말뿐인 오지랖이었다면 동정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텐데 로사가 진심으로 해주는 조언이었기에 하비도 이해하고 또다시 하버드라는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는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캐치-22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하비가 면접관의 질문의 답을 보면 입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발전하는 모습으로 목표에 다가서겠다고 자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겨우 적응하며 따라가기 바빴던 하비에서 실력이 일취월장하며 외부대회를 비롯해 학교생활에서도 활기찬 모습을 보이니 다행이었다.
스스로 깨달아라. 절박함, 고독함, 위대함.
이 세 가지는 완전히 같은 본질이라는 것을.
절박함이 위대함을 피워내고, 그건 고독한 사람만이 해낼 수 있어.
옥상에 가서, 아래를 바라보며 안주하지 말고 하늘을 올려다봐라.
277p
하비와 로사 사이를 이간질한 아이들 덕분에 잠시 방황을 하게 되는 하비.
선진두 선생님이 하비에게 해주는 말이 격려해 주고 다독여주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달리 보면 오직 너의 목표만을 보고 달리라고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 스포를 할 수 없지만 읽어보신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다.
하비는 목표를 향해 자신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던 친구들에게 차갑게 굴고 급기야는 코리아 에세이 컴피티션 결과를 보고 히스테릭한 반응을 내보인다.
그런 하비에 모습을 보고 입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평범했던 학생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그 끝을 본 것 같았다.
스포라 밝힐 수 없는 일련의 사건으로 하비의 세계는 무너지고 룸메이트이자 친구였던 단테는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남기고 멀리 자유를 찾아 날아가 버렸다.
저는 반드시 합격할 겁니다. 하버드.
결국 하비는 사건의 비밀을 쥐고 수도 외고라는 새장을 떠나 자유롭게 하버드를 향하는 배의 선장이 되었다. 비록 혼자 항해를 떠나지만 결국 새장에 갇힌 새보다 훨씬 멀리 날아갈 수 있음을 증명해낼 것이다. 외고를 자퇴하고 하버드라는 항구에 도착한 저자처럼 말이다.
GSC 세계학술대회에서 하비, 단테, 로사, 진희의 팀명이었던 'HARBIRD'.
하버드에 가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자유를 추구하는 새처럼 비상하고 싶었던 그들의 꿈이 담긴 팀명이었다. 한때의 즐거웠던 추억과 하버드라는 하나의 목표에 뭉쳐서 꿈을 이루려던 그들의 정신이 담겨있기에 하비는 분명히 22학번으로 수도 외고에 돌아와 선진두와 시스템을 납작하게 해줬으리라 생각한다.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학교라는 틀에서 시달리고 있을 아이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주며 숨을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