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에는 2013년의 대한민국과 가난, 빈곤이라는 단어는 적절하게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우리에게 가난과 빈곤은 이미 지난 과거의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정치권에서 그렇게 외치던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고,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살아남았고, 이제 후진국은 먼 옛날의 이이고 개발도상국의 자리도 물려준지 오래되었으며, 단지 손가락에 꼽히는 세계 일류국가에 도달하지 못한 선진국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한국이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많은 매체에 노출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좋은 면들만을 더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책을 읽는 동안 시선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내가 보고 있는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에 대해서 조금 고민했는데(지금은 내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멈추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만 보고 달리던 과거와 멈추고 있는 지금의 내 시선은 항상 저 앞과 저 높은 곳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보는 법만을 배웠고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내가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 시선을 잠시지만 나의 과거 그리고 그 시절의 주변으로 옮겨 보았고, 또한 현재의 주변으로 시선을 옮겨보면서, 내가 막연히 생각하는 세상과는 조금 다른 진짜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위기를 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달려가는 모두가 잘 살고 있는(?) 나라! 이제 우리는 도움을 받던 나라가 아니라 저 멀리 가난하고 굶주리며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라의 아이들을 도와줘야하는 나라! 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고, 그들은 조금이라도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해서 여전히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고 있는 나라! 하지만 그들의 현실이나 아픔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 않고 외면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투쟁하며 힘들게 살아 왔고 앞으로도 무관심속에 힘들게 투쟁하고 있을 것같은 나라.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외면하고 보지 않았던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방송에서 나오면 그냥 스쳐 들었던, 심각하고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았던,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았던 그래서 쉽게 잊어버렸던 그들의 고통과 투쟁의 삶이, 나의 삶과 동일한 시점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사건을 하나 하나씩 듣고 단편적으로 듣게되면 그저 남의 일들이다 생각하고 나에게 와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 동시대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단편적인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된 종합적 문제임을 볼 수 있게 정리 및 서술되어 있으니,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통과 투쟁,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끊임없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더 심각하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