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나는 연기마저 구름으로 보일 정도로 청명(?)한 겨울 하늘이다.
춥지만 않다면 정신없이 걷고 싶은 그런 하늘...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했던가..걸을수 없으니 문명의 도움을 받아
눈이라도 호강을 해야 할 것 같아 길을 나섰다.(아니 도로 위를 달렸다^^)
케익도 먹고 호수도 감상하며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챙겨 갔는데,케익은 이미 솔드아웃
카페지킴이 나비는 몹시 민감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고 <떨림과 울림>에서 재미나게 소개해 준 보르헤스의 단편집<픽션들>에 소개된 '바빌로니아의 복권'을 읽고 나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11쪽밖에 되지 않는 매우 짧은 분량이였으나,'복권'이 갖는 상징성을 생각해 볼때 이야기는 강렬했다.게다가 서두에'불확실성'이란 표현이 나오는 바람에.."나는 그리스인들이 알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불확실성이란 것이었다"/78쪽 물론 이 소설은 과학소설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케익을 당연히 먹을 거라 생각했던 것도 얼마나 깊은 오만(자만) 이였던가...늦은 시간에 들린 것이 아니였으니 당연히 있을 거란..생각 마음대로 불확실성을 가져다 나만의 생활 속에 엉뚱하게 끼여 넣을수 있다니...아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오면 복권이란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다.그런데도 놀라웠던 건,복권이 당첨된 사람의 이후 삶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복권이란 것이 인간에게 어떤 욕망으로 드러나는 지를 그리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행운의 복권 반대편에 불행의 복권이란 것이 함께 존재한다 해도,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바람,그 막연한 불확실성으로 불행의 복권이 더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바빌로니아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그들은 우연의 지시를 따르고 그것에 자신들의 목숨과 희망과 이름 모를 공포를 바친 사람들이다.그러나 그들은 복권의 미로와 같은 법칙을 연구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83~84쪽
충주에서 보르헤스를 만난 후 공수표라는 책방을 갈까 하다가...매번 인연이 닿지 않았던 제천의 덩실분식으로 향했다.찹쌀떡을 몹시도 사랑하는 1人이라서 그 맛이 궁금하기도 했지만,가게의 모습도 궁금했기 때문이다.멀리서 간판을 보는 순간 정겨운 마음이 들어 기분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팥 삷는 향기가 나서...기대감 폭발..예상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팥을 삶고 계셨다. 도넛츠는 그냥 보통의 맛이였는데..찹쌀떡은 완전 내 스타일^^
오늘 여행의 일차 목표(?)는 사실 홍천에 있는 화로구이집이였다...날만 춥지 않았다면 두루두루 홍천 구석구석도 누비고 난 후 거하게 먹을 생각이였던 거다..그런데 추워도 너무 추운 날씨로 일정이 수정(?) 되는 바람에충주에서 제천 그리고 홍천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로 코스가 변경 되었던 거다.그래도 뭔가 조금은 아쉬워 홍천 지역을 검색해 보았더니 <하루쯤 성당여행>이란 책에 홍천성당이 소개되어 있는 걸 알았다. 알쓰신잡3 강화도편에 소개된 성공회강화성당도 있고,가을에 다녀온 인천의 답동성당도 소개가 되어 있어 도서관에서 엎어 왔다.내용은 아주 만족할 만큼인가? 라고 묻는 다면 뭐라고 답하기는 어려운데..그래도 책 덕분에 홍천성당을 만났으니...고맙다고 해야 겠다.게다가 화장실을 어찌나 따뜻하게 해 놓았던지..기분이 그냥 좋아졌다는..성당에 다니는 지인을 생각하던 찰라에 전화를 받은 것도 재미난 우연이다 싶기도 하고..이래저래 첫인상을 곱게 나누고 온 기분이라 기억해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몇 계단을 오르자 향나무가 호위병처럼 도열한 채 성당을 지키고 있다./139쪽 표현처럼 정말 호위병 같은 인상이였다. 성당의 역사와 건축양식을 감상하기에는 너무 추웠지만 ..그래도 좋았다.함께 소개해준 수타사 산소길 생태숲은 봄이오면 찾아가야겠다.고 기억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