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가 상상 속에서 그려본 새로운 세상에는 사랑이나 용서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책 속에는 늘 친절하고 온유하며 기꺼이 남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들이 많고 남의 흉이나 보면서 친절한 척하는 사람은 없다.책 밖의 세상은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고 매기는 느꼈다"/ 393쪽
조지 엘리엇의 이름이 언급된 소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시인 엘리엇이라 오독했다. 소설도 썼던 걸까... 그런데 물음표가 따라왔으면서도 냉큼 찾아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제목이 다소 올드하다는 편견도 선뜻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한 모양이다. 그러는 사이 종종 <미들마치>가 언급되는 책들을 만났다. 두께와 가격에 급좌절.. 그러나 마음 한켠에 늘 조지 엘리엇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인지, 예스중고책방에서 너무도 깨끗하게 꼿혀 있는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1을 보는 순간 자석에 끌린 것 같은 기분으로 구매했다. 2권이 없으면..어떠랴..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되지 하는 마음에, 새권과 다름 없는 1권을 챙겨왔다... 소설의 첫장부터 잘 읽혀서 놀랐다. 2부의 내용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은근 속도감도 있다. 이야기의 내용은 속에서 수없이 화가 오르기도 하지만...자연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잠깐씩 시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리고 책안의 세상과 책 밖의 세상을 상상하는 매기의 목소리가...이 소설에서 내가 느낀 지점이라 생각했다. 현실 속 이야기를 책 속에 너무도 리얼하게 담아내다니.... 뒷목 잡고 싶은 순간이 니올때마다..작가는 독자들의 마음이 진정되기를 또 기다린다. 매기와 톰의 어린시절부터 청소년기로 들어가는 시점까지의 이야기가 파란만장하다. 그런데 작위적인 느낌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도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그러니 책 밖의 세상을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기분...^^) 부부문제, 가족문제, 남성이 여성을 어떻개 바라보는지, 여성이 남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시선들.. 흥미로운 지점은 어느 누구도 절대적으로 나쁘다고도..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선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특히 친가와 외가의 갈등은 영원히 끝날 수 없는 그 무엇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매기의 상상처럼.. 친절한 척..하는 이들의 모습도 불편하지만.. 털리버씨의 오만과 고집도..그가 정직하다는 이유로 충분히 이해되지 만은 않았다. 저마다 이중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기분...화나는 상황에서도 누구에게 쉬이 원망의 화살을 돌릴수 없었다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누군가를 원망하기에 앞서, 나의 문제는 없는가...를 수없이 질문하게 만들줄이야..."자 계속 써라 너는 웨이컴이 네 아버지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잊지 않을 것이며 때가 되면 복수하고 보복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써라.이제 네 이름 토머스 털리버라고 서명해라"/448쪽 2부에서 털리버씨가 어떤 상황으로 바뀌게 될지 알 수 없으나..개인적으로 1부에서 털리버씨에 대한 느낌은..그가 정직했다 해도..몰락할 이유도 충분히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다. 잘난척 하는 이들 보다, 오만과 고집을 가진 이가 좀더 두렵게 느껴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