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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프라하, 함흥

[도서] 강릉, 프라하, 함흥

이홍섭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그러고 싶은 날이었다. 

오랜만에 냄비밥을 하며, 밥물이 끊어 넘치지 않는 걸 지켜 보며 잠깐씩 시를 읽고 싶었다.<강릉, 프라하, 함흥>이란 제목이 그런 낭만을 선사한 것 같다. 온전하게 집중하지 않았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걸까..그런데 시에서 ~밥 짓는 표현이 나와 깜짝 놀랐다.^^

(중략) 저녁밥 짓는 연기가/솔솔 피어오르는 마을 쪽으로/ 마음의 반을 돌려놓고// '순개울 바닷가' 부분  

 

온전하게 읽지 못해도 괜찮다고 다독인 건 '마음의 반을 돌려놓고' 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집 가까이도서관도 있지만, 크지 않은 서점도 있다. 가끔 책을 구입하는데, 첫페이지를 읽는 순간 구입 할 수 밖에 없었다. /새들은 날아서 하늘을 품고//바람은 불어서/허공을 안는다//인간만이 걸으면서/큰 슬픔을 껴안는다// '큰 슬픔'  내게는 조금 특별한 단어인 '허공'에서 한 번, 인간만이 슬픔을 껴안는다..는 표현에 또 한 번 가슴이 울렁거렸다. 새들은, 바람은 훌훌 털어내는 슬픔을..인간만이 온몸으로 껴안는다는 기분...눈물이 나면서 위로가 되는 아아이러니 한 순간....시를 읽으며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건 어렵지만...시를 읽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건 너무도 쉽게 무장해제가 된다. 그래서 고맙다가..부끄럽다가 오독을 허락(?)받는 것 같은 기분에 감사함이 드는 모양이다. '천년 전에는' 영화 '6번칸' 라우라의 마음도 저와 같지 않을까 상상했다.  /내 사랑이 힘겨우면/네 집 앞 봄 바다에 귀기울여봐/아지랑이 봄 바다가/옥빛으로 전하는 말/ 천년 전에는 천년 전에는.....// 그 사랑 돌이킬 수 없이 무거울 때/ 네 집 앞 바다 소나무에게 물어봐/ 천년 전에는 천년 전에는.....// '천년 전에는'  그녀가  암각화에서 보고 싶었던 건..고고학을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마음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왠지...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은 열망이 더 크지 않았을까.../ 저 먼 데서 누가 아픈가/ 잔물결이 시름시름 밀려온다/ 바다보다 더 깊은 파로호에는/아직도 남아 있는 고인돌 푸릇푸릇 숨쉬고/그 위로 가을 햇살이/부챗살처럼 쏟아져내린다// 저 먼 데서 누가 아픈가/은사시나무 이파리들 잔물결처럼 반짝이고/고인돌처럼 서서/ 온몸에 빗살무늬를 꿈꾸는 그는// '파로호1' 모든 예술이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도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에 관한 시들에 마음이 열렸다.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준 시도 있었고..마침 방송에서 소개된 양구 파로호를 검색하고 나서..파로호꽃섬을 찾아 나서야 겠다고 생각한 순간..파로호 시를 읽게 되는 기이한 인연...은 고맙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조합의 시제목이라 외면했다면....가슴으로 들어오는 시를 마주하지 못했을 게다. 영화 6번칸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지만..겉으로 판단하는 건 그래서 늘 경계해야 한다. /바다가 기르는 상처//만약 저 드넓은 바다에 섬이 없다면/다른 그 무엇이 있어/ 이 세상과 내통할 수 있을까// '섬' '히든어스' 를 보지 않았다면 '바다가 기르는 상처'라는 표현이 크게 와 닿지 않았을 텐데... 그곳에 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그곳을 가지 못해도 이해되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경험과 공감이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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