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추리소설이라며 골라 읽게 된 <맥파이 살인사건>. 덕분에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을 읽고 난 후 작가의 새책이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앤서니 호로위츠라는 이름을 몰랐다면 선뜻 고르게 되지는 않았을 제목인데 말이다. 새삼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이런 인연은..두 번의 소소한 우연(원주민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주민이 언급되는 부분(156쪽)을 읽게 되서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영화 엘비스를 보고 난 후 소설에서 프레슬리(300쪽) 이름이 등장해서 재밌다는 생각을^^) 으로 기억하게 될 추억을 남겨주었다. 그러고보니 호손이란 이름도, 고드윈도,윌리엄트래버를 연상시키는 윌리엄트래버스 이름도,소소한 재미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사람들이 탐정소설을 읽는 이유는 등장인물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 당신은 아니라고 했죠.이렇게 말하면서요 <중요한 건 살인이에요.그게 관건이라고요>"/405쪽
장의업체를 찾아간 여인은 자신이 죽고 난 후 장례식에 대한 절차를 의논하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날 저녁 살해당한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너무도 거짓말 같은 우연. 그녀는 살해당한 것일까,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일까... 범죄소설을 다룬 소설을 이제 제법 읽은 덕분인지... 처음 범인일 것 같은 인물이 반드시 범인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호로위츠 소설에서도 보면,,의외성은.. 있으니까. 그런데 조금 많이 독특한 방식이란 생각을 이번에도 하게 되었다. 은퇴한 형사가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게 된다.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작가에게, 솔깃한 만한 사건을 제보하게 되는데, 바로 쿠퍼여인의 살인이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이유가 궁금하고 사건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서, 그녀를 누군가 죽일만한 이유가 있을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오로지 사건에만 집중하는 전직형사와,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해야 하는 작가의 괴리를 보여주는 장면들에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살짝 지루하기도 했으며,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착각이 들기도 했다. 제목에 관한 고심이, 결국 소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였을까..생각하게 되었다. 애거서소설을 읽을 때면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했는데.. 호로위츠 소설에서는 살인하게 되는 '목적' 이유에 대해 묻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해서 처음 범인이라 생각할 수 있으면서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목적에 인과 관계를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진범이 밝혀지는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 예외적인 인물일 가능성이 크고, 등잔 밑이 어두울 수 있으며, 일그러진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건이 진행되는 사이, 작가의 고민,탐정의 셰계, 정의롭지 않은 세상과 마주했다. 교통사고 관련 판사의 판결은 정의로웠을까? 장례식을 스스로 준비해야 했던 쿠퍼여인은 외로웠다는 사실. 자신의 고통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수 없을 만큼... 협박 위협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 했던 마음은... 뭔가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그리고 욕망에 일그러진 이의 모습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ps...
소설을 거의 다 읽어 갈 즈음, 한줄평으로,셰익스피어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걸까..라고 쓰고 싶었는데 비슷한 마음을 읽게 되어 한 번 또 놀랐다. "(...)나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잘 모르고 그건 당신의 전공 분야에 더 가깝겠지만 재밌는 건 뭔가 하면 이 사건의 곳곳에서 그가 등장한다는 거예요(...)"/3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