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의 시대>를 읽은 덕분에 이시카와 다쿠보쿠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작가의 작품을 선뜻 찾아 읽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망설임이...있었다. 그가 너무도 유약한 인물로 그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매이지 시대를 이해하고, 그가 살아온 삶을 들여다 본다 해도...그가 가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정말 가난할 수 밖에 없었을까..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다쿠보쿠의 책을 만나게 될까 싶어 고민이 되는 순간, <슬픈 인간>이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오래전 제목을 보긴 했더랬다. 다만 일본 작가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소설도 아닌, 에세이에서 공감할 지점이 있을까..의문이 들었던 것인데, 다쿠보쿠의 에세이가 보였다. '모래 한 줌' ...제목에서 이미 슬픔이..뚝뚝 묻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삶을 미리 만나본 덕분이다.
"결국은 늘 그렇듯 습관처럼내 성격을 저주하다가,이도저도 다 질려서 힘도 기운도 죄 빠진채 아무렇게나 픽 드러눕곤 한다."/184쪽
"<도련님의 시대> 다쿠보쿠 편에는 특별히 예술가로 고민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 까닭은, 그가 빚을 지고 난 이후의 행동이 늘 같았는데..납득하기 쉽지 않은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만의 고민이 있었을 텐데..'모래 한 줌' 을 통해 작가의 고백을 들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어쩔수 없는 습관.... '도련님의 시대'를 읽으면서 그가 빚을 내고 난 후의 행동이 모순적이다 싶으면서도..그렇게 된 이유에 무기력병같은 것이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그런데 안전을 갈망했던 작가는 안전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난에서 허우적 거릴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닐지... 작가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 드리워진 불안을 그는 이겨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냥 안전을 갈망하기만 했을 뿐...빚을 얻어 돈이 들어오는 그 잠깐의 순간이..그에게는 안전한 공간이었던 모양이다..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잊을 만큼... 안전한 삶이었다면 그는 글을 쓸 수 있었을까...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그는 재능을 피우지 못했다. "내게는 재능이 있다. 슬프게도 재능만큼은 있다.그러나 진정한 작품은 재능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시대의 조류는 휘몰아치며 흘러간다" <도련님의 시대>과 <모래 한 줌>을 나란히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이 보는 시선과,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 보는 모습은 달랐다. 도련님의 시대..에서 그려낸 다쿠보쿠..를 보면서 연민의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은데..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는... 모습은, 그러고 보니 다쿠보쿠..에 매력을 도련님의 시대에서 왜 그렇게 언급했는지 알 것 같다..그는 사람들에게 빚을 받아내게 하는 능력이 있다(물론 비판의 시선은 아니었다) 고 했는데....자신은 동정 받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슬픈 인간의 모습을 거짓 없이 그려낼 수 있었던 작가였던 것 같다. 미발표 원고가 이제서 세상에 빚을 보게 된 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