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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확장

[도서] 부의 확장

천영록,제갈현열 공저

내용 평점 2점

구성 평점 2점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

한국 사회에서 돈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 이중적이다. 중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특히 인문학을 전공했던 내게 돈은 가까워지면 파멸하는 '절대 반지'같은 존재였다. 학생 사회에선 '가진자'에 대한 분노와 경멸의 시선이 있었고, 교수들은 청빈한 삶만이 지고의 선인 것처럼 행동하며 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하지만 교육을 마치지마자 맞닿드린 사회에선 모두가 돈을 최고의 목표로 달리고 부자를 부러워하며 살고 있었다. TV에선 연예인들의 화려하고 부유한 삶이 늘 이슈가되고 직장에선 매출과 수익이 조직의 절대 목표가 되는 격렬한 변화. 25살 정도를 기점으로 이전까진 언급조차 안되는 존재였다가, 25살 이후에는 추구해야 할 모든것이 되어버린 '돈'은 어떤 의미일까?

책 <부의 확장>은 돈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며 정면 돌파해야 할 목표로 본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여타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돈에 관한 책들처럼 재테크나 자산 증식법을 다루지 않는다. 그것보다 '자신의 부를 확장해나가기 위한 자세와 마인드'를 제시한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 단 한 푼도 벌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수저 색깔을 논하며 인생은 태어났을 때 이미 정해진 거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수중에 돈은 없을지라도 부를 만들 무형자산을 이미 가지고 있음을,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기회는 올 수 있음을, 입에 물었던 수저의 색보다 지금 두 손으로 만들어갈 가치의 힘이 더 클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

물려받은 것 없고,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인간은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야되는가?

먼저 저자가 세상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알려주는 INSTA프레임워크를 통해 살펴보자. INSTA프레임워크란 통찰(INsight) 전략(Strategy) 전술(Tactics) 실행(Action)으로 이루어진 사고-행동 전략이다.

통찰은 이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들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과정이다. '세상은 신용으로부터 만들어지고, 신용을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가 나누어진다' 라던가 '이 업의 본질은 __이다'라는 규정,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당신만의 주장은 무엇이냐' 같은 질문을 던져 얻게된 큰 깨달음이 이에 해당한다.

전략은 통찰을 이해한 상태에서 '그것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활용할 것이냐' 하는 질문이다. 장기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인데 비지니스를 예로 들자면 어떠한 형태의 사업 혹은 서비스로 만들어낼 것인가? 같은 질문이 그 답일 것이다.

전술은 매일매일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론으로 속도감있고 순발력 있는 대응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행동은 위의 깨달음들을 귀찮음을 이기고 무식하게 실행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방송컨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INSTA프레임워크는 부를 확장시키는 전략 뿐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정확히 나눠 사고할 수 있게 해준다. 통찰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세우는 것이고, 전략은 그 기획의도를 어떤 '프로그램 형태'로 구현해 낼지를 말한다. 그리고 그 전략에 맞춰 '구성안-대본-출연자'를 구성하고 매주 '촬영과 편집'을 통해 생산하고, 한 주의 방송을 통해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전술과 실행'의 영역일 것이다.

이 책도 INSTA프레임워크 안에서 쓰여졌는데, 앞에서 세상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전략과 초심자를 위한 전술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부에 대한 첫번째 통찰은 '연결'이다.

"지금 세상에 거의 모든 부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의 구조를 통찰하는 사람이, 그 연결의 구조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부를 거머쥘 수 있다. "

부자들은 뛰어난 관찰력을 통해 동떨어진 것들을 연결해 상품화하거나 수익을 창출해낸다. 특히 현재를 단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의 연결로 사고하며 현재의 내가 미래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부자와 보통 사람의 가장 다른 점은, 내일의 나와 오늘의 자신을 연결해서 사고할 줄 안다는 것에 있다. 이 행동에는 중요한 장치가 숨어 있다. 바로 내일의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반대로, 욜로야말로 오늘의 투자가 내일로 어찌 이어지는지 도무지 체험할 길이 없는 이 시대의 산물이다. 저금해서 성공한 사람을 본 적도 없으며, 어릴 때부터 저축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학습된 결론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10년 후를 위해 지금 사과나무를 심으려 한다. 10년 후에도 자신의 삶이 이어져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복리와 투자를 왜 해야하는가에 대한 가장 설득력있는 이야기이면서, '욜로'에 대한 팩트 폭행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이 부분은 꼭 '부'가 아니라 '건강' '사랑' '독서' 등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같다. 현재를 점으로 보고 당장 몸짱이 되기 위해 운동하면 쉽게 지치지만, 10년을 해서 미래의 나에게 건강한 몸을 선물한다고 생각하면 훨씬 덜 지치고 꾸준히 갈 수 있고 그렇게 행동할 때 시간을 두고 놀랄만한 변화가 찾아온다. 내가 인생을 바라보는 자세이기도 하다. 한두판을 하면 지더라도, 열판을 하면 여섯판을 이기겠다는 마음가짐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저자는 스스로의 무형자산을 개발하여 부(유형자산)에 연결시키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무형자산은 자기가 지금까지 살면서 획득한 '기술의 가치'로 결정되며 이 때 '기술의 가치'는 자신의 노력보다는 상대의 고마움과 희소성의 영향을 받는다. 트레이더 저자 답게 '기술의 가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마움과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변하듯 움직인다고 말한다. 그러고보면 '방송 산업' 자체의 파이는 유튜브와 모바일 컨텐츠, 해외 사업자 등에 밀려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숙련도 높은 PD'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처음 일을 시작할때와 비교하면 처우와 근무 여건도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물론 40대 중반 이후, 관리직의 삶으로 들어섰을때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겠지만 적어도 그 전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는 꾸준히 찾아올 것이다.

저자의 통찰은 '정중한 팩트폭행'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고 느꼈는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흥미도 없는 학부에 들어가 취업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혹자는 이들이 너무 계산적이며, 열정 같은 게 없다고도 한다. 나는 정확히 반대로 생각한다. 실은 계산이 너무 부족한 것이 진짜 문제다. 자기 삶에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투여해서 만들고 있는 기술의 무형자산적 가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

취업난에 고민하는 구직자들이 변화하는 세상과 직업의 가치를 정확히 캐치하면서 계산을 했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얼마 전 국내 굴지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청년 취직난이 심각하지만 막상 채용하려 보면 '뽑을 인재, 뽑고싶은 인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기업과 인재의 수요와 공급이 안맞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같다. 쓸만한 인재, 계산이 정확한 인재들은 냉정한 인식을 통해 '해외기업'으로 빠지거나 '창업'내지는 '자기사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후 마지막 장에서는 실천을 위한 구체적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인재를 모으고, 스승을 찾고, 기록을 중시하라 등의 지침들이 있는데 이를 실제 자신의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는 읽는이의 몫일 것이다. 다만 나는 앞 장에서의 거시적 전략과 뒷 부분의 미시적 실천이 약간 합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3인의 팀을 구성하고, 스승을 꾸려서 뭘 하라는거지? 같이 투자를 하라는건가? 사업을 하라는건가? 책이 구체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나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하는 조언이었다면 좀 더 적절했을텐데 막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약간의 공허함이 느껴졌다. 아마 내가 이 책을 고르며 '부의 확장'이라는 제목을 통해 좀더 구체적인 '자산관리' 혹은 '가치운용' 방법에 대한 전략, 전술노트를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족집게 강사의 강의를 들으러 갔는데 국영수를 중심으로 길게 내다보고 천천히 가세요 라는 말을 들을때의 답답함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이 아쉬움은 비단 나만 느끼는 점은 아닐 것이다. '부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이야기'가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하지만, 사실 개인이 목말라하는 지점은 마지막에 스치듯 언급된 '10퍼센트 자산수익 흐름을 만들어라'같은 조언을 보며 느끼는 궁금증일 것이다. 어떻게 '10퍼센트 자산수익 흐름을 만들 수 있는거지?' 같은 궁금증 말이다. 어쩌면 그 뒤에 생략된 말이 "'불리오' 혹은 비슷한 류의 투자상품에 가입하세요" 였을까? 만약 그랬다면 좀더 솔직하게 써주셨으면 좀더 목마름이 덜했을거라 생각한다. <부의 확장> 2부가 나온다면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가 더 풍부하게 들어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분명 또 사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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