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차라리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더 좋은 영화가 아닌가? 혹은 그 이후 시리즈로 이어지는 나머지 두 편의 작품이 더 나은 것 아니던가! 그러나 그들은 '체리향기'의 손을 들어주었고, 나 역시 그러했다. 그것은 단지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닐 것이니.
만일 내용은 더욱 가벼워졌을지라도, 난 이미 이 영화의 마지막을 봐버렸기에 결코 내 생각과 의지를 돌이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수많은 여정에도 불구하고 하필이면 죽음 앞에서 그렇게 고민을 하고 머무르고 결국에는 그것이 전부가 되어버리는 그 느낌은.. 아니! 숙제 노트, 친구를 위해 그리도 힘겹게 돌아다니던 그 아이보다도 하필이면 '죽음'이라니!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죽음은 숭고한 영역이다. 사랑이나 그들이 겪었던 재앙보다도 말이다. 현실에서 가능한 영역은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문제이지만, 죽음은 현실의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불가능의 문제이다. 우리가 모르는 영역! 그렇기에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체리향기는 바로 그러한 영역 안에서 존재하는 작품이다.
자살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무덤으로 들어갔는데, 마땅히 나를 묻어줄 누군가가 없다. 그래서 사람을 찾는다. 나를 묻어줄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그런 시간을 지루하게 이끌어가는 감독의 고집이야 이미 당연한 것이었고, 이는 역시나 앞으로 빠르게 돌리면 그만이니 별 상관없다. 물론 그렇게 돌려버리면 그만큼의 시간이 가져오는 의미는 사라질 것이니, 그 점 알아서들 판단하시길 바라며..
결국 생과 죽음의 의미를 열심히 생각하고, 그 고뇌만큼이나 복잡한 사고를 끊임없이 반복하다가 마무리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그는 영화를 끝내는 순간, 카메라를 끄지 않는다. 그리고는 촬영장의 그 모습을 고스란히 이어가며 아침의 빛을 맞이한다. 사람들의 모습과 커다란 나무의 모습까지.
아니! 이 장면을 봤는데, 어찌 이 영화에 손을 안들어줄 수 있겠는가!
(참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