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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만일 누군가에 의해서 당신의 감정이 제어된다면(이퀼리브리엄), 혹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다크 시티), 눈을 뜨니 아무도 없는 텅 빈 도로가 있다면(오픈 유어 아이즈, 28일 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그리고 만일.. 만일 당신이 먹는 음식이 음식이 아닌 기호 혹은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매트릭스는 참 곤란한 영화다. 보드리야르의 사상을 고스란히 끌어다가 영상으로 펼쳐보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복잡한척 하면서도 재미있다. 2편과 3편, 그리고 애니를 제외하더라도 이미 1편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을 맺고 있으니 딱히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1편! 그것만 두고 풀어내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니!!

 

우리는 이미지를 먹고, 기호를 마신다. TV속 여배우가 입은 의상을 입고 마치 그녀가 된 것만 같은 느낌으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며 젊음, 쾌락 등의 상징을 경험하는 것. 그것은 결국 현실과 이미지 속에 갖혀버린 우리의 모습과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즉, 우리는 이미 이미지에 의해 갖혀버린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이 영화는 '실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리고 실존은 바로 잠이 든 인간에 불과하며, 그 인간의 꿈은 곧 매트릭스 안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SF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 그림에 불과할 뿐! 하지만 이를 잠시 현실로 끌고와서 바라보면 매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우리가 보는 TV 영상이 곧 우리의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고 그 가상의 세계는 곧 실존의 세계로 착각되어 보여진다는 것에 다름이 없다. 우리는 곧 TV 속 연예인처럼 살아가기를 원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CF가 그려주는 이미지를 꿈꾸며,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메이커 네임을 구입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자! 인류는 이미 자본주의의 우수성을 실제로 느끼고 경험하며, 그것이 최고의 선이라 자부하게 되었다. 그것은 곧 삶의 안정적인 모습보다는 보다 다양하면서도 차별적인 것들을 부각시켜주는 반면, 그 차별적인 것들이 반대로 보편적인 양상으로 드러나며 또 다른 차별을 가져오고 있다. 즉 가진 자는 그만큼의 부를 누리며 더 많은 이미지를 구입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동일하게 그 이미지를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는 못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곧 시장의 혼돈을 가져오게 되었다. 수요와 공급이 만들어내던 가격이라는 녀석은 이미지 자체에 의해서 결정되어졌으며, 비록 동일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가격이 매겨지는 것은 곧 가격 자체에 의해서 결정되어진 것이다. 즉 시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기존의 '보이지 않는 손'은 파괴당한지 오래되었고, 그것을 유지해야만 할 규칙도 정립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마르크스주의적인 이야기가 왜 매트릭스와 결부되었는지는 그리 심각하게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의 마무리를 알리던 노래 wake up(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그런 의미로 만들어진 곡은 아닐 것이기에, 혹은 미래의 그 처참한 풍경이 꼭 자본주의의 문제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기에, 매트릭스의 그 화려한 이미지의 모습이 자본주의의 허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리고 진짜 현실을 보여주는 알약을 빨간색으로 선택한 것이 꼭 그런 의미는 아닐 것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비극은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그런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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