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영화 이야기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은 매우 '침묵'스럽다. 김기덕의 영화가 유령처럼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는 것처럼, 또는 타르코프스키가 현실의 시점과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느림의 미학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침묵은 참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카우리스마키의 작품은 느리지도 혹은 존재의 숨김도 필요로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사가 많은 여타의 영화들처럼 빠르게 이어지고 있으니, '황혼의 빛' 역시도 그런 흐름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제목이 참 특이하다. '황혼의 빛' 그것은 마치 죽음을 앞둔 인간에게 비춰지는 한줄기의 빛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그런 느낌이 컸을 것이다. 그것은 착각이었던 것을.. 결국 이러한 착각에 의해 영화는 자신의 진면목을 보이기도 전에 우울해진다. 사실 너무도 밝고 즐거운 이야기임에도, 제목만 보고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아! 이 작품.. 어떤 남자가 우울하게 죽어가는, 그렇고 그런 영화겠군!!' 하면서..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굉장히 밝고 빠른 영화이니 참고하시길!

 

영화는 시종일관 어리버리한 주인공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찔러본다. 그러나 참 미약하기만 하다. 힘껏 멋도 부려보지만 그의 행동은 꽤나 어리석게 보이기만 하며 불안한 반면, 이야기는 여기에 부조리를 첨가한다. 힘이 있는 자가 힘으로 약한 자를 짓누르고, 어리석은 자는 어리석음으로 무너지고 만다. 알면서도 당해주는 것 역시 그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마지막 표현이었으니, 이거야 원! 보는 이들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들이 종결된 후, 그에게 내밀어진 '손'이 바로 한줄기의 빛이라 할 수 있다. 사랑에 의해 상처를 받았다면 다시 사랑으로 그것을 치유한다? 조금은 웃긴 결말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카리우스마키적이라고 보여지는데..

 

'성냥공장 소녀'의 냉소가 떠오른다면, 이 작품을 통해 훈훈함을 느끼기를..

 

(나의 리뷰에서..)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