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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지는 약

[도서] 똑똑해지는 약

마크 서머셋 글/로완 서머셋 그림/이순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빵꾸똥꾸~

똥떼가리~~

똥똥똥....

 

 

 

6살 개구쟁이 아들의 언어세상에서 [똥]은 최고의 비속어이면서 최고의 짜릿함을 선사해주는 양념이 된다.  똥얘기는 지저분한 걸 알기에, 그리고 사람들이 꺼려하는 걸 알기에 아이들은 [똥]으로 더욱 장난을 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을 재미있어한다. 그런 아들의 [똥]세계도 지금 이렇게 어릴 때가 아니면 언제 또 경험해보겠냐 싶어서 나는 [똥]으로 아들이 장난을 쳐도 내버려두고 아니면 같이 장단을 맞추며 놀아주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아들이 자기 맘에 안 드는 엄마를 보고 [엄마! 똥이야!!!!]라고 외치고 자기 방으로 가버릴땐 씁쓸하게 똥을 곱씹으며 아들을 달래러 간다.

 

 

 

 

 

 

이렇게 아이들은 열광하고 어른들은 꺼리는 똥이 공식적으로? 아이들 그림책에 등장한 책이 도착했다. 게다가 똥이 칠면조 칠칠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책이라니....똥으로 말장난은 칠 줄 알았지만  똥을 냠냠냠 먹는 장면이 나오니 아이들은 제법 놀라서 작은 눈을 힘껏 동그리고 입은 벌어져서는 엄마를 쳐다보더니 곧 까르르 웃기 시작한다. 난 사실 웃을 기분은 아니었고, 단지  똑똑한 메메와 칠칠한 칠면조 칠칠이를  탄생시킨 마크,로완 서머셋 두 사람의 기발함에 놀랬었다. 참신하고 기발한 주제와 칠칠이를 천하의 칠칠이로 만들어주는 화법은 부부인 마크와 로완이 똑똑함을 증명해주는 것 같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아이 둘은 서로 책을 자기쪽으로 당겨가면서 똥을 먹는 칠칠이를 보고 웃는다.

그림책을 보고 아이들이 이렇게 유쾌하게 웃은 적도 드물다. 그만큼 칠칠이의 똥을 먹는 장면은 강렬했다. 그것도 그냥 혼자 자의로 먹은 게 아니라 똑똑한 장난꾸러기 메메한테 당해서 먹게 된 것이다. 메메에게 당하는 칠칠이를 한장씩 넘겨가며 보는 우리는 안타까움도 있고 웃기기도 하고 만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건 불구경이나 싸움구경처럼 재미있다. 그것도 귀여운 두 캐릭터들의 장난기 가득하고 거기에 재치가 넘치는 이야기라서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어한다.

 

 

 

그림이 참 간단하다. 오로지 두 주인공과 이 책에서 없어서는 안 될 [똥]만  그려져 있고 나머지는 여백과 말풍선 속에 둘의 대화뿐이다. 이렇게 간단한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을 얼마든지 웃길 수 있구나 감탄이 나올 뿐이다.

 

 

칠면조한테만 공짠데?

나 칠면조잖아

그럼 먹을래?

그래도 될까?

 

 

칠칠이가 똥을 먹는 장면을 통해 아이들의 [똥]세계는 그림책이 인정해준 셈이 되었다. 그리고  불 붙기 시작했다. 게다가 더 개구쟁이, 장난꾸러기가 되어버린 아이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들!!!!

 

하지만 그 모습이 이상하게 얄밉거나 못마땅하지가 않고 귀엽고 당연하다는 듯이 여겨진다. 메메와 칠칠이가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런걸까?  언젠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책으로 가는 문]의 책소개를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의 본문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이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현명해지는 만큼 또 몇 번이고 바보 같은 짓을 합니다. 아이에게는 거듭 바보 같은 짓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세계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바보 같은 짓을 뺏고 싶지가 않다. 오히려 바보 같은 짓을 부추기는 듯한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분명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바보 같은 짓만 배우고 끝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자빠질 정도로 유쾌하게 웃고  메메와 칠칠이의 이야기로 온 가족이 다같이 모여앉을 수 있기에 이 책은 아이들의 보물 중에 하나로 등극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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