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똥꾸~
똥떼가리~~
똥똥똥....
6살 개구쟁이 아들의 언어세상에서 [똥]은 최고의 비속어이면서 최고의 짜릿함을 선사해주는 양념이 된다. 똥얘기는 지저분한 걸 알기에, 그리고 사람들이 꺼려하는 걸 알기에 아이들은 [똥]으로 더욱 장난을 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을 재미있어한다. 그런 아들의 [똥]세계도 지금 이렇게 어릴 때가 아니면 언제 또 경험해보겠냐 싶어서 나는 [똥]으로 아들이 장난을 쳐도 내버려두고 아니면 같이 장단을 맞추며 놀아주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아들이 자기 맘에 안 드는 엄마를 보고 [엄마! 똥이야!!!!]라고 외치고 자기 방으로 가버릴땐 씁쓸하게 똥을 곱씹으며 아들을 달래러 간다.

이렇게 아이들은 열광하고 어른들은 꺼리는 똥이 공식적으로? 아이들 그림책에 등장한 책이 도착했다. 게다가 똥이 칠면조 칠칠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책이라니....똥으로 말장난은 칠 줄 알았지만 똥을 냠냠냠 먹는 장면이 나오니 아이들은 제법 놀라서 작은 눈을 힘껏 동그리고 입은 벌어져서는 엄마를 쳐다보더니 곧 까르르 웃기 시작한다. 난 사실 웃을 기분은 아니었고, 단지 똑똑한 메메와 칠칠한 칠면조 칠칠이를 탄생시킨 마크,로완 서머셋 두 사람의 기발함에 놀랬었다. 참신하고 기발한 주제와 칠칠이를 천하의 칠칠이로 만들어주는 화법은 부부인 마크와 로완이 똑똑함을 증명해주는 것 같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아이 둘은 서로 책을 자기쪽으로 당겨가면서 똥을 먹는 칠칠이를 보고 웃는다.
그림이 참 간단하다. 오로지 두 주인공과 이 책에서 없어서는 안 될 [똥]만 그려져 있고 나머지는 여백과 말풍선 속에 둘의 대화뿐이다. 이렇게 간단한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을 얼마든지 웃길 수 있구나 감탄이 나올 뿐이다.

칠면조한테만 공짠데?
나 칠면조잖아
그럼 먹을래?
그래도 될까?
칠칠이가 똥을 먹는 장면을 통해 아이들의 [똥]세계는 그림책이 인정해준 셈이 되었다. 그리고 불 붙기 시작했다. 게다가 더 개구쟁이, 장난꾸러기가 되어버린 아이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들!!!!
하지만 그 모습이 이상하게 얄밉거나 못마땅하지가 않고 귀엽고 당연하다는 듯이 여겨진다. 메메와 칠칠이가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런걸까? 언젠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책으로 가는 문]의 책소개를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의 본문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이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현명해지는 만큼 또 몇 번이고 바보 같은 짓을 합니다. 아이에게는 거듭 바보 같은 짓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세계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바보 같은 짓을 뺏고 싶지가 않다. 오히려 바보 같은 짓을 부추기는 듯한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분명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바보 같은 짓만 배우고 끝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자빠질 정도로 유쾌하게 웃고 메메와 칠칠이의 이야기로 온 가족이 다같이 모여앉을 수 있기에 이 책은 아이들의 보물 중에 하나로 등극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