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따뜻하다]는 의미를 취학 통지서를 받은 첫째든 6살이 된 둘째든 잘 알고 있다. 이 책을 받아서 처음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아이들은 희한하게 표지와 제목만 보고도 대번에 과자든 고구마든 빵이든 뭔가 따뜻한 것으로 눈사람을 만들것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엄마의 음성을 통해 책을 다 읽은 다음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따뜻한] 눈사람을 만들었다는 것과 동시에 추상적인 [따뜻함]이 녹아 있는 눈사람을 만들었다는 것을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이해는 한 것 같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아이들은 그림 가득한 책을 통해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책이 좋다. 엄마가 진땀 빼며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요령껏 잘도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밖에는 눈이 쌓여 여기저기 친구들이 눈사람을 만드는데 토실이는 감기에 걸려 밖에 나갈수가 없다. 감기도 밉고 콧물도 밉고 엄마도 미운 토실이가 엉엉 울고 있는데 친구들이 가져다준 것은 작은 눈사람!! 그런 친구들과 눈사람이 녹지 않게 냉장고에 넣어주는 엄마가 있어도 토실이는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토실이를 위해 친구들과 엄마가 따뜻한 눈사람을 생각해내고 드디어 고구마 눈사람이 탄생하게 된다. 사실 눈이 오면 밖에 뛰어나가고 싶은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그런 속상한 토실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들과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그림속에 나타난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그림 없이 말로만 설명할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따뜻한 감정들을 책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갈수 있다.
책 곳곳에 아이들을 웃게 만들고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명장면들이 있다.
고구마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고구마를 익히는데 잘 익었는지 보기 위해 엄마는 고구마 엉덩이에 젓가락 주사를 놓는다고 한다. 어른인 내가 읽어면서도 쿡쿡거리는데 아이들은 아예 대놓고 엉덩이를 까고 주사 놓는 흉내까지 내며 "고구마 엉덩이에 주사~~~~"라고 몇 번이나 되뇐다.
그리고 카스테라 가루를 눈처럼 온 거실에 잔잔하게 뿌려주는 엄마를 그림책이 아니고서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카스테라 눈이 소복이 쌓인 거실 그림을 보고 첫째가 "엄마 우리 집에서도 이렇게 카스테라 눈 내리게 해주세요!!" 하는 통에 난감한 돌발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웨하스며 쿠키며 빼빼로며 초코볼 등으로 장식한 커다란 눈사람을 보며 아이들은 입맛도 다시고 달콤하면서 따스할 눈사람을 상상하며 흐뭇해한다. 이렇게 흐뭇해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고구마 눈사람 안 만들고는 못베길것 같다. 이 책이 의도하는 바도 그런것이 아닐까? 알고보면 [따뜻한 고구마 눈사람]레시피에 그림과 글을 곁들인 요리책!!! 이쯤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가 소개를 봤더니 역시나 이효선 선생님이 아이들과 그림책 이야기로 요리 수업을 하다가 이 책도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 아이들과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곧 따뜻한 눈사람에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해보니 이런 요리놀이책이 시리즈로 줄줄이 나온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로 감성을 더하고 맛있는 요리로 엄마와의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주는 신선한 책이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