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육아책을 읽고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낀적이 있다.
육아에 찌들리고 잠을 설치고 다크서클을 감출 시간도 없어서 맨얼굴에 츄리닝 바람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냈던 그 시절.... 워킹맘은 과장을 조금 붙여서 초인적인 존재라 느껴지던 바로 그 순간에 읽은 책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맞아!맞아! 속으로 맞장구를 그렇게 쳐댔는데도 책을 덮고나니 뭔가 아쉬움이 남고 [부러우면 지는거다!]라는 주문과 함께 다시 곧 일상으로 복귀해버렸던 씁쓸한 기억이 난다. 결국 한국사회 속에서 나고 자란 애들 아빠는 돈만 벌어주면 됐지 내가 왜 또 집에 와서 쉬지도 못하고 육아를 해야되냐는 식이었다. 아직 젊은데도 그런 마인드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워킹맘이 아니므로 내가 모든 짐을 짊어져야지~라는 생각도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라며 약해지고 또다시 육아전쟁이었다.
그런 기억이 한 편에 남아 있는데 이번엔 다행히도 아이들이 조금 크고 엄마인 내게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 지금 [프랑스 아이처럼]과 비슷한 맥락의 [영국 엄마의 힘]을 읽어보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처럼 가까운 두 나라의 이야기라 그런지 비슷하게 겹치는 부분도 많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자면 지구 반대편에선 아이가 생겨도 일단은 부부중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이가 생기면 일단 아이중심이 된다. 애지중지 아이를 잘 키워야 현모가 된다고 주입을 받아서 그런걸까? 남자들은 아이가 생기면 슬쩍 물러나고 엄마들은 기를 쓰고 아이를 감싸고 키우는데 그러면서 부부의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기도 한다.영국과 프랑스는 어쩜 저리 부부중심의 생활을 잘도 이어나가는 것일까? 엄마는 아이에게 올인하지 않고 아빠는 육아에 적극 참여해 엄마의 쉴 시간을 마련해준다. 우리 한국 엄마들, 아니 아이 가진 여자들이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것일텐데 여자든 남자든 그게 쉽지가 않다. 여자는 남자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징징댈수만도 없고,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툴툴거릴수만도 없다. 쌍방이 조금씩 양보해야 부부중심의 가정이 설 수 있다.
두번째는 국가적 차원의 제도와 시스템이 엄마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그에 비하면 여전히 후진국 수준인것 같다.
여전히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는 일은 상상일 뿐이며 (서울은 과연 어떤지....) 장애인이나 못생긴 아이들이 텔레비젼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일이 가능한지...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대학이 아니라 학업을 이어갈지 직업훈련, 취업을 결정할지를 아이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저학년 아이들을 4교시,5교시만 끝나고 집으로 보내버리면 맞벌이 엄마들은 남은 시간을 학원을 돌리느라 사교육비가 몇 배로 들게 되는건 아닌지...... 학교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사교육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학교에서 정규 교과목이 끝나도 스포츠든 음악활동이든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하는 것은 아닌지....싸다는 방과후 활동도 몇 개씩 들으면 결국 돈이 커지게 마련이다. 제도가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육아와 교육은 결국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고 돌 뿐이지 않을까?
부모들은 어쩌면 육아에 지치고 엇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들만 탓하며 우울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려는 노력이 모자랄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도와주지 않아서, 제도에 헛점이 있어서 대한민국에서 부모로 사는 것이 다른 선진국보다 몇 배로 힘든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느 부분의 제도와 시스템이 깨진 독처럼 물이 새고 있는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당장 시작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의 인식이 모이면 언젠가는 큰 힘이 되리라 본다.
배울 건 배우고, 취할 건 취해야 한다. 부모의 의식도 조금씩 바뀌어야 하고 국가는 국민이 잘~ (물질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부제에서 보듯이 원칙을 지키고 배려를 가르치도록 부모들은 깊은 생각을 해 보아야하고,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원칙을 지키고 국민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했으면 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