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곧 영화로 나온다!!라며 마지막장을 덮고 혼자 생각했다.
싸움 외엔 어수룩한 인간병기 장리철역은 누가 좋을까?
찌질한듯하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서 인기를 얻을지도 모를 강민준역은???
미모, 지식을 모두 갖추고 절대 말빨에서 밀리지 않을 롱 대위역은 ??
남한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다가 장리철을 만나 본의 아니게 눈호랑이작전을 함께 파헤치게 되는 당차면서도 도덕심에 불타는 은명화역은 누가 좋을까??
연예계쪽에 능통하지 않아서 얼마 안되는 배우들로 짝을 맞추려니 골치가 아프지만 혼자 실실 웃어가며 이런저런 조합을 해본다.
제법 두꺼운 페이지양을 자랑하는-그 외에도 몰론 자랑할것이 많은 책이지만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나로서는 페이지양의 압박이 초반에 밀려왔다- 묵직한 책이지만 그만큼 묵직하고 깊이 있는 스토리와 인물들의 묘사가 그 두께감을 떨쳐버리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다음 장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읽지 않으면 궁금해서 못살것같은 그런 소설이다.
눈호랑이작전!
초반부터 나오는 이 작전에 몇몇 인물들이 휘말리며 독자들은 눈호랑이 작전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증을 기본으로 깔고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이 눈호랑이 작전을 막판까지 몰라야 다음 장면을 기대하고 기대하게 된다. 눈치가 빠르지 않은 관계로 막판에 가서야 눈호랑이작전의 실체를 알게 된 나는 장강명 작가의 의도에 휘말린 일인....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면서도 즐겁게 읽어내려갈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부터인가 통일이고 뭐고 대한민국의 실정이고 뭐고 상관없이 리철에 끌리고 롱 대위로 빙의해서 민준과 함께 사건을 멋드러지게 풀어가는 소설속 인물로 바뀌어있었다. 책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정말 통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라며 한번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통일에 대해 각자의 의견이 다 다를 것이다. 통일에 대해 찬반이 갈릴테며 어느쪽이든 설득력은 있을것이다. 북한의 굳건한 김씨왕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어쩌면 통일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남쪽에 있지 않나 싶다. 게다가 요즘 같이 한꺼번에 나라의 엄청난 비리가 터져나오는 이 시국에 와서 보면 그동안 나라를 다스려야 할 높은 사람들이 통일이 문제냐 내 주머니 채우는게 문제지.....라며 온갖 비리를 행해왔을테니 통일은 고사하고 국민의 복지까지 나락, 말 그대로 지옥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분노하고 씁쓸하고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에 태어났나 자괴감도 들고,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짜증도 나고 그러면서 촛불집회를 보며 희망을 가지는..... 만감이 교차하는 시점에 이 책은 더 마음속에 스며들며 그냥 느와르 소설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장강명의 책 한권으로 이런저런 마음을 쓰고 있을 때 시기적절하게 초2 아들이 학교에서 했다면서 학습지 한장을 내밀었다. 속으로는 [아들아, 다이아몬드,지하자원이 아니라 빙두 사업이더라!!!]라며 혼자 웃었지만 지금 초2의 아이들은 우리가 학생 때 배운 그대로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인과 한국인이 드릴?로 땅을 파서 다이아몬드, 지하자원을 캐겠다고 한다. 아들은 땅 속에 묻혀있을 물고기뼈 화석도 생각해내서 그려넣었다. [많은 것들을 캐고 둘이 친구가 되는 모습이다.]라며 핑크빛 통일을 그리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다. 핑크빛이 될지 핏빛이 될지 모르지만 통일은 참 어렵고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