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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도서] 캔터베리 이야기

제프리 초서 저/김진만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번 달 고전독서회에서는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 사정으로 모임에 참석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임에 주어진 주제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380년 무렵 집필을 시작한 <캔터베리 이야기>는 1400년 작가 제프리 초서가 사망함에 따라 미완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제프리 초서가 살았던 14세기말은 기사도를 근간으로 하는 봉건 사회가 신흥 산업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자본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였습니다. 초서 역시 신흥계급에 속하였으면서도 궁정에서 일하는 중간자로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캔터베리 이야기>은 이러한 과도기적 사회상을 잘 반영한 작품입니다. 1170년에 헨리2세에 의하여 살해된 캔터베리 대주교 토마스 베켓을 기리는 성지 순례가 이야기의 역사적 배경입니다. 런던에서 템즈강을 지나면 나오는 서더크의 타바드 여인숙에 모여든 30명의 순례객들은 여관주인의 제안에 따라 캔터베리를 오가는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각각 두 가지씩 하기로 합니다. 

 

이야기에는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남녀가 나옵니다. 옮긴이가 작품해설에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기사 등 궁정사람들, 수녀원장 등 교회에 관계된 사람들, 대학생과 의사 등 지식계급, 무역상인 등 산업계의 신흥계급, 시골유지가 지주계급을, 농부와 선장을 비롯하여 요리사, 방앗간 주인 등 노동자계급 등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로 보아 당시의 영국에서는 이미 신분에 따른 차별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직업, 계급에 속하다보니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도 저급한 것에서 고급한 것에 이르는 다양한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서부터 역사적 인물들의 비화가 인용되고, 당대의 영국사회에서 벌어졌음직한 이야기들이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별도로 머리글, 발문, 에피소드를 비롯하여 등장인물들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막간극 형식으로 배치하는 독특한 이야기 틀을 만들어냈습니다. 

 

1. <캔터베리 이야기>를 읽고 각자 느낀 점을 이야기를 해주세요 

2개의 미완성 이야기를 포함하여 모두 24개의 이야기들 가운데 첫 번째로 기사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금년 초에 읽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의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가 스키타이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귀부인들의 탄원을 들어 나선 테바이의 원정에 따른 이야기입니다. 귀부인들은 카파네우스 왕의 왕비를 비롯하여 오이디푸스왕의 큰 아들 폴뤼네이케스와 함께 테바이로 떠났던 원정군에 참여한 남편들을 잃은 여인들이었습니다.

 

<안티고네>를 읽을 때는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이 죽은 뒤에 왕좌에 오른 크레온이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을 들판에 방치하고 장례를 금하였다고만 알았는데, <캔터베리 이야기>에서는 테바이 원정군 전체에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죽은 자들에 대한 예우가 각별했던 당시의 그리스 사회의 풍습에 반하는 포고였지만, 테바이의 명운을 위태롭게 했던 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분명히 하자는 크레온의 짧은 소견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미망인들의 탄원을 받은 테세우스가 군마들 돌려 테바이 원정에 나섰고, 도착하자마자 전투를 벌여 크레온의 목을 베고 테바이를 점령하였습니다. 크레온의 오만은 포고를 위반한 안티고네는 물론 아들 하이몬과 아내 에우뤼디케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자신도 테세우스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고, 테바이는 아테네에 멸망을 당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2. 이 책은 중세 삶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현대사회와 유사한 점과 다른 점은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시기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중세 장원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현대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계층의 등장인물들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격의 없이 자신의 주관을 밝힐 수 있다는 점이나 남녀의 관계가 대등해지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오랜 중세를 지배했던 종교적 사고는 현대와 사뭇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대표적인 내용은 마지막 화자로 나선 교구사제가 전하는 7대 죄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 현대를 살아가는데 참고할 내용이 없지 않습니다.

 

3. 기사의 이야기(61page 참조)에서 매일 사랑하는 여자를 볼 수 있지만 영원히 감옥에 갇힌 사람과,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갈수 있지만 절대로 사랑하는 여자를 볼 수 없는 사람 중에서 누가 더 괴로울까요

기사이야기의 주인공은 전투에서 살아남아 아테네로 압송되어 감옥에 갇힌 알시테와 팔라몬이 테세우스의 처제 에밀리에게 연정을 품게 되면서 생긴 일화입니다. 두 사람은 사촌 간임에도 에밀리의 사랑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한 여자를 연모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먼저 사랑을 이야기한 사람에게 자신의 연정을 포기하는 친구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회자됩니다만, 알시테와 팔라몬을 그런 아량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테세우스 왕의 절친 페레테우스 왕이 찾아와 애중하는 알시테의 석방을 탄원한 덕분에 알시테를 테바이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풀려난 알시테는 에밀리를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떨지만, 팔라몬은 자유의 몸이 된 알시테가 군사를 모아 아테네를 원정하거나 협상을 통하여 에밀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떨게 됩니다.

 

두 사람의 처지를 보면 누가 더 괴로울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몸이 멀어지만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눈앞에서 연모하는 사람을 지켜볼 수 있는 팔로몬의 처지가 조금 낫지 싶습니다. 물론 이야기에서는 1년 뒤에 두 사람이 싸워 승리한 사람이 에밀리와 결혼을 하는 것으로 테세우스가 정리를 하고 말았고, 신들까지 개입한 싸움은 묘한 결말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4. 배스의 여인의 이야기(194page) 에서 젊은 기사가 처녀를 겁탈하다가 사형을 언도 받았다. 왕비가 여자의 가장 큰 소원을 1년 안에 찾아오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젊은 기사가 찾아온 답은 " 잠자리에서 주도권을 쥐고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었다. 왕비와 여자들은 동의한다. 이것에 대한 의견은 ? 

왕비의 배려로 12개월하고도 하루의 여명을 받아낸 문제의 기사는 여자의 가장 큰 소원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하여 세상을 주유합니다. 부, 명예, 흥겹게 노는 것, 화려한 옷, 남편을 여의고 여러 차례 시집가는 것, 달콤한 말로 비위를 맞춰주는 남자 등 다양한 의견들을 듣지만 약속한 날이 되어가는 데도 정답이라 할 만한 이야기를 차지 못하였습니다. 죽음을 맞기 위하여 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추하게 생긴 늙은 노파가 자신의 첫 번째 요구를 들어주면 그 답을 알려주겠다고 말합니다. 

 

노파가 귓속말로 전하는 답을 들은 기사는 궁정으로 가서 왕비를 만나 답을 이야기합니다. 여자들이 너나없이 원하는 것은 남편뿐만 아니라 정부들과의 잠자리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밝힙니다. 왕비를 비롯하여 그 자리에 모인 부인들과 처녀들 그리고 과부들까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종교의 틀 안에서 숨죽이고 살아온 여성들의 마음 속에는 과거 모계사회이 전통이 숨어있었던가 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은 여성들만이 답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생각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5. 옥스퍼드 서생의 이야기(241page) 에서 그리셀다는 남편의 시험을 극한적으로 인내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옥스퍼드 서생의 이야기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의 살루초의 영주의 이야기입니다. 신하들의 간곡한 청에 따라 결혼이란 속박이라고 생각하는 영주가 가난한 농부의 딸 그리셀다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예쁜 공주도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영주는 여러 차례의 검증을 통하여 아내의 성실함을 확인하였지만 극단적인 시험을 시도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딸을 빼앗아 먼 곳에 보내 키우도록 한 것입니다. 4년 뒤에 태어난 사내아이 역시 같은 곳에 보냈습니다.

 

딸이 열두살이 되던해에는 딸과 결혼을 하겠다면서 아내의 자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기까지 합니다. 남편 영주가 벌인 말도 안되는 처사에 불구하고 그리셀다는 가난한 농부의 딸인 자신과 결혼해준 영주를 지극하 사랑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물론 영주의 두 번째 결혼식이 열리는 날 전후 사정을 설명하면서 시험을 인내해준 아내에게 감사를 표하기는 했습니다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아내를 시험하는 이야기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http://blog.yes24.com/document/7812843>에서도 나옵니다. 역시 이탈리아를 무대로 한 액자소설의 한 대목입니다.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아내를 시험한 영주의 이야기와는 달리 플로렌스를 무대로 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보입니다만, <돈키호테>에서는 “여자는 유리로 만들어졌다. / 그러니 시험하면 안된다, / 깨지는지 안깨지는지. / 모두 깨지고 말 테니. / 깨지기는 쉽고 / 다시 붙일 수는 없으니 / 깨질 위험이 있는 곳에 두는 것은 / 사려 깊지 못한 일 /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고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다나에가 세상에 있다면 /황금의 비도 또한 있을 것이다.(돈키호테, 민음사, 454쪽)”라는 시를 소개하면서 아내를 시험하지 말라는 경구를 전합니다. 

 

6. 소지주의 이야기(327 page)에서 아르베라구스(남편), 도리겐(아내), 아우렐리우스(도리겐을 사랑한 기사), 마술사가 나옵니다. 이중에서 누가 가장 관대한 사람인가요?

명예를 탐하는 기사 아르베라구스와 그의 간절한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한 도리겐, 그리고 아르베라구스가 출정한 사이에 도리겐을 사랑하게 된 아우렐리우스의 연정을 바닷가의 기괴한 바위들이 남편의 귀환에 걸림들이 될 것을 걱정한 도리겐이 바위를 치워주면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언명을 하게 됩니다. 아우렐리우스는 도리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게 되었고, 보다 못한 형이 마술사의 도움을 받아 도리겐의 요구를 해결합니다. 이제 약속한대로 아우렐리우스를 받아들여야 하는 도리겐에게는 부정한 아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버릴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도리겐은 이런 상황을 숨기기 않고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합니다. 아르베라구스는 아내가 약속한 바를 지키라고 말하고 대신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합니다.

 

약속장소로 가던 길에 아우렐리우스를 만난 도리겐은 남편이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아우렐리우스는 그릇된 자신의 욕망으로 인하여 아르베라구스와 도리겐이 고통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편 마술사 역시 도리겐으로부터 받기로 한 순금 1천파운드를 포기하기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관대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다. 이들의 결정이 비교 가능한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르베라구스, 도리겐, 그리고 아우렐리우스 등은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들게 한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마술사의 경우는 아우렐리우스로부터 금품을 받기로 하고 마술을 행한 것이었고, 일이 돌아간 사정을 듣고는 받기로 한 순금 1천 파운드를 포기한 셈이니 가장 관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http://blog.yes24.com/document/781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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