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산후조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첫째 때는 멋모르고 출산 후 2주만에 반바지와 맨발로 돌아다녔다. 한여름도 아니었는데 5월의 더위가 몹시도 힘들었다. 산후조리원 동기들에게 자신은 출산 후 100일까지 수면 양말과 손목 보호대, 긴바지를 입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랬어야 하는거구나. 이렇게 맨 발로 차가운 바닥을 딛으면 안 되는 거였어. 다음 출산 때나 몸조리를 잘하자.'라고 생각했다.
첫째 출산 후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두 번째 산후조리 기간을 잘 챙겨보리라 다짐했었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아이 하나일 때도 육아하랴 출근하랴 내 몸을 돌볼 틈이 없었다. 서툰 초보맘은 무엇을 하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의 효율은 낮았다. 하루가 다르게 피곤함이 더해지는 삶을 살았다. 셋째까지 낳으면서 온 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경험을 했다. 손목, 허리, 어깨 통증을 시작으로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발바닥과 발가락, 발바닥 바깥쪽 부위처럼 ’이런 곳도 아플 수 있구나.’를 처음 느꼈다.
출산 후 산후풍도 있지만 나이가 더해질수록 아픈 곳이 많아진다는 소리에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통증을 없애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이종민 작가의 <자세가 잘못 됐습니다>는 책의 제목부터 마음을 끌어 당겼다. 쑤시고 결리고 늘 지친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책은 속삭였다. 모든 통증이 노화의 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우리 몸 통증의 9할은 자세 때문이라고 하는 말은 제대로 된 자세를 알고 실천한다면 통증을 개선할 수 있임을 의미한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이종민 작가는 ‘운동하는 재활 전문의’로 유명하다. MBC <기분 좋은 날> 외에 다수의 TV 출연 경험이 있다. 학창 시절 100kg이 넘는 고도비만이었지만 대학 입시 후 건강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해서 56kg까지 감량했다고 한다. 그 후로도 꾸준히 몸을 관리하면서 각종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고 여러 차례 수상했다.
‘환자에게 공감하는 의사’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으며, 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운동하는 법을 환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책 이야기>
작년 7월 수업 중이었다. 갑자기 ’딱‘하는 느낌과 함께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조금 뒤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2주를 버텼는데 증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출산 후 허리가 아파서 재활의학과에 간 적이 있었는데 진료 전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허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며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다. 도수 치료를 포함하여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아보라고 권하셨지만 육아에 집중하던 시기라 짬을 내지 못했다. 결국 치료는 3번으로 끝났고, 그 뒤로도 가끔 허리 통증이 2~3주 지속되다가 낫기를 반복했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병원 진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6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결국 근처 병원을 찾았고, 약물 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며 한 달 정도 치료했는데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조금만 걸어도 허리 통증이 몰려와 자주 멈추게 되었다. 몸이 힘드니 아이들의 작은 투정에도 쉽게 짜증을 냈다. 아픈건 허리인데 마음까지 아파왔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이종민 작가의 <자세가 잘못됐습니다>는 통증의 원인을 자세에서 찾는다. 아무리 좋은 치료와 시술을 받는다고 해도 반복되는 잘못된 자세는 통증을 유발한다.
책은 크게 2개의 PART로 되어 있다. 그 안에 다양한 상황에 따른 올바른 자세를 알려준다. 건강 관련 책이지만 딱딱하거나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게 된다.
PART 1 매일 하는 이 자세 때문입니다
- 매일 아침 이래서 아픕니다(기상부터 출근 준비까지)
- 이동할 때 이래서 아픕니다(출퇴근 및 외출 시)
- 일할 때 이래서 아픕니다(사무실, 작업장, 집에서 작업 시)
- 매일 저녁 이래서 아픕니다(퇴근 후부터 취침 전까지)
- 잠잘 때 이래서 아픕니다
PART 2 습관처럼 하는 그 자세 때문입니다
- 집안일 할 때 이래서 아픕니다(장 보기부터 요리, 청소, 빨래까지)
- 돌볼 때 이래서 아픕니다(육아부터 반려동물 돌보기까지)
며칠 전의 일이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던 중 복도 창으로 옆 반 교실을 무심코 들여다 본 적이 있었다. 아이들 하교 후 담당 업무와 수업 준비를 하고 계신 듯한 옆반 선생님의 자세가 ‘거북이 목’ 자세였다. 순간 놀랐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 심각성을 잘 몰랐었지만 직접 보니 확 와닿았다. 내 업무 자세 또한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쓴 책이기 때문에 의학 용어가 자세하게 설명된 부분도 있다. 통증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의학 용어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머리가 아프지는 않다. 낯선 의학 용어라도 알고 넘어가면 좋은 부분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바른 자세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와 반대 상황의 자세가 나온다. 그림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빠르고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다. ‘이런 자세가 나쁜 자세였구나!’를 책을 읽으며 수업이 되뇌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내 허리 통증의 주된 원인이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다 간단한 스트레칭하기’ 부분은 제일 당황했던 부분이다. 평소 허리가 튼튼해지도록 도와주는 자세라고 생각했던 동작들 옆에 파란색 경고의 X 표시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운동 지식들이 사실은 잘못된 것이 꽤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통해서 잘못된 자세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자세가 잘못됐습니다>는 우리가 무의식 중에 하는 잘못된 동작들을 많이 짚어준다. 그렇기에 한 번만 읽고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좋은 책은 가까이 두고 항상 손에 들어 읽어야 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다면 더없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좋은 버릇 뿐만 아니라 나쁜 버릇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좋은 행동은 강화시키고 나쁜 버릇은 빨리 털어버려야 한다.
<자세가 잘못됐습니다>는 통증 치료의 주체가 의사가 아닌 내가 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통증 해소법을 배우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루 이틀 꾸준히 노력하면서 좋은 자세가 또다른 좋은 자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가 바라던 좋은 결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꾸준히 좋은 자세를 유지해보자. 화이팅!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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