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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도서]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제윤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저자 제윤경/출판 책담/발매 2015.08.21.

 

 

우리의 금융 환경은 미국보다 더 잔인하다. 미국에서는 상환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약탈적 금융'이라고 비판한다. 못 갚을 줄 알면서 돈을 빌려주는 것은, 다른 식으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비판 의식은 법률에도 반영되어 있다. 주택소유및자산보호법Home OwnerShip and Equity Protection Act(HOEPA)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1994년 미국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안으로, 대출자의 상환 노력을 고려하지 않은 대출을 '약탈적 대출'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저소득층에게 돈을 빌려주는 걸 시혜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미국이 저소득층에게 돈을 빌려주는 걸 시혜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미국이 저소득층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약탈로 규정하는 이유는, 금융이 의무와 책임이 강조되는 사적 계약이기 대문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은행 문턱 낮추는 걸 강조하며 금융과 복지를 혼동한다.

 

 

P254~255

대부 업체는 금융회사로부터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해 채무자에게 원금은 물론이거니와 연체이자와 법정 비용까지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가령 100만 원짜리 채권이라면 연체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5퍼센트 전후, 5만 원에 매입한 뒤 원금 100만 원과 더불어 연체 이자 및 법정 비용까지 포함해 극단적으로는 1,000만 원 이상도 받아낼 권리가 생긴다. 금융감독원의 201212월 발표에 따르면 은행과 카드, 캐피털 등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부 업체에 대출 채권을 넘겨준 고객이 76만 명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9조 원을 넘는다.

 

 

P268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질병이나 사업 실패 등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에서 빚이 시작되거나 심화된다는 점이다. 내담자들의 질병, 사업 실패 이야기는 얼핏 그 사람만의 불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인 안전 부실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불행이다. 좀 더 선진화된 사회는 개인에게 발생하는 통제불능의 불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맞추고 있다. 의료와 주거, 교육의 복지망이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들로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시민이 연체자가 되고 빚에 쫓겨 자살을 선택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또한 실패사 성공의 중요한 밑천이 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동의가 있기에 사업 실패 이후의 새 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밖에 없다.

 

 

사실 소득을 묶어놓고 부채를 늘려서 민간 소비를 키우는 경제성장 패턴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성장 메커니즘이었다. 가계 부문은 부채로 소비하려 구매력을 유지하고, 금융 부문은 부채 공급을 위해 다양한 대출 상품을 쏟아내면서 성장 동력을 확대하고 부동산과 자산 시장은 투기를 유도하여 저축을 자산 시장으로 유입시켜 성장세를 이룸으로써 지난 2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안정기를 누렸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최종적인 붕괴가 바로 아직도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다.

 

결론적으로 소비자 신용의 증가는 금융회사와 기업에는 크게 이익이 되지만 소비자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이다. 소비자 신용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소비자의 파산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소비자 신용의 증가를 통해서 금융회사와 기업이 수익을 얻고 국가 경제가 성장하였다면 그로 인한 부담도 소비자만이 아니라 금융회사, 기업, 사회 전체가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소비자 신용의 증가에 따른 이익을 금융회사, 기업, 국가 모두가 누리면서 그에 따른 손해는 소비자들만 부담하하라고 하는 매우 이상한 논리가 판치고 있다.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도 없고 노후는 비참해질 것이라 믿게 만들었다. 이자율이 낮아 저축하면 손해지만 빚을 내서 투자하면 그것이 지렛대가 되어 부자가 될 것이란 달콤한 거짓말도 끊임없이 들었다. 현금을 쓰면 손해,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혜택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월급날마다 카드 결제액으로 뭉칫돈이 빠져나가 허탈해졌다. 빚을 갚느라 생활비가 부족해도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빚을 내서 충당하면 된다고 여겼다. 이자가 점점 생활을 조여 오면서 빚이 폭탄으로 변해 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공포에 길들여져 간다. 오로지 빚을 갚기 위한 노동과 시간에 갇혀 자존감과 이타심을 버리기 시작했고 시민 의식은 실종되었다. 내가 아파트 한 채로 벌어들이는 돈이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지불하는 비용이라는 것쯤은 굳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여기게 되었다. 서로를 착취하더라도 그저 돈 벌어 나만 부자가 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제윤경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더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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