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식으로 ‘과학’과 관련되어 보이는 일련의 흥미로운 일화들, 에피소드들로 짜집기해서 과알못들한테 ‘재미있게’ 팔아먹는 작가들은 별로다.
이 책에서 작가가 책팔기에 적합한 것들로 선정한 ‘과학’은 과학이라기보다는 당대에 필요했거나 필연적으로 요구되었던 기술들 중 때마침 적절한 계기로 적절한 인물들이 당대의 기술들로써 실현하는 동안의 앞이야기 뒷이야기들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소재들은
궁금해서 알아내는 과정인 ‘과학’이 아니라,
필요해서 만들어내는 과정인 ‘발명’에 관해 작가가 조사한 것들을 길게 떠들어댄 수다인 것이다
출판사와 저자가 무슨 생각으로 7가지 소재들을 선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관성도 없고 주제도 없고 별다른 통찰도 없고, 그저 문외한들에게 주는 재미와 흥미와 다소 억지스러운 감탄이 있을 뿐이다.
아서 클라크 말대로 이해 안 되는 한에서 “기술과 마법은 구별하기 어려운 법”이니 감탄스러울 것이다. 필력과 편집, 마케팅의 승리이다.
다른 리뷰들을 보니 상당히 심각하다. 이 사람들은 이 책을 ‘과학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근데 이 책엔 과학이 없다. 과학하는 방법도 없고 궁금함이나 호기심을 유발하지도 않고 가설과 검증과 실패와 새로운 가설과 검증과 실패를 겪으면서 해결책을 찾는 방법을 전수해주지도 않으며 단지 독자층에게는 다른 세계라 할 기술업계에 일어났던 또는 일어나는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편집한 넌픽션일 뿐이다.
그리고 제목에 농담이라는 단어를 넣었는데 뭘보고 어디에서 웃으라고 농담이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재기발랄하고 신나면서 자신도 문과라고 겸손과 함께 약간 시니컬한 문체로 썼으니 웃어드려야 하는 건가? 시기적절 재치있게 마블 빌런을 등장시켰으니 웃어야 하나? 쏘련 린민과학영웅들의 눈물겨운 공밀레에 웃어야 하나? 기상청이 등장하면 그 자체로 농담인가?
컨텐츠에 깊이는 별로 없어도 자료 수집은 열심히 했는지
문명5의 백과사전보다는 자세하고
나무위키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는 풍부하다
종이 값은 한다
솔직히 이런 책을 기획하고자 한다면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작가의 필력이나 자료수집 난이도, 마케팅의 문제일 뿐이다. 서점을 둘러보면 이런 류의 대중 ‘과학’ 넌픽션들이 넘친다.
약간의 맥락만 곁들이면, “그 작은 것이 인류역사를 바꿨다니!” 할 만한 것들이 의외로 넘치게 많다.
누군가는 캔통조림이나 유리병뚜껑 같은 걸로도 천페이지짜리 책을 거뜬히 써내는 걸 봤다
상.하수도, 변기, 위생용품, 피임술, 의료기구와 외과 수술, 화장품과 미용기술, 항생제와 마취제, 의약품, 그릇과 조리기구와 요리기술, 향신료와 방부제, 초콜릿과 와인과 커피와 녹차와 설탕, 식품보존술, 냉동체인, 바늘부터 방직기까지, 의복과 패션, 증기기관과 내연기관과 터빈과 제트엔진, 현미경과 망원경과 안경, 관측 검사 측량 측정기술, 달력과 시계와 시간표와 일정관리, 종이와 인쇄술과 저장매체, 암호술과 위조방지, 전기, 발전기와 모터, 펌프와 압축기와 진공과 고압, 배터리, 트랜지스터와 IC와 컴퓨터와 인터넷, TV와 디스플레이, 사진과 영화, 오디오와 유선통신, 전파와 무선통신기술과 레이더, 로켓과 인공위성, 해저 구리케이블과 광케이블, 석유와 정제기술, 석탄부터 태양광 핵융합까지 에너지 기술, 지도, 항해술과 조선기술, 비행술과 항공기술, 쟁기와 가축과 농경기술, 엘레베이터와 콘크리트와 건설기술, 제련기술, 칼과 총과 총알과 대포와 미사일과 핵폭탄, 촛불과 조명기술, 레이저 .... 그만할께
작가는 이 정도로 ‘과학’ 말하는 걸 만족하고, 몇 개 더 쓰기로 계약되어 있다고 하던데, 다음 번에도 ‘과학’을 말하고 싶거든
양자컴퓨터 같은 걸 진담처럼 말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