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사회주의 사상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적이 있었다.그 때 뭘 제대로 알고서 그랬던 것 같진 않다.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념에 대한 단순한 흥미 이상은 아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상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확고한 의지같은 게 배어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 때나마 가까이 했던 많은 것들에서 하나 둘씩 멀어지게 됐고,
솔직히 그런 가치들에 미련을 느끼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들기만 한 것 같았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현실에, 시대상황이란 것에 점점 관심이 없어지고 무뎌져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성숙의 일부인냥,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적잖이 걱정이 됐다.
어쩌면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보수적인 소시민의 전형이 되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괜히 기분만 상하게 되는 건 아닐지, 시간낭비만 하는 건 아닐는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책은 정말로 재밌게 읽었다.
제목처럼 '좌파'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글들일 거라는 예상은 당연히 했지만,
이렇게 즐겁게(?) 읽을 거라곤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온 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이 글의 저자인 김규항 씨를 보고 얘기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지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하게 넘어가곤 했던,미처 두번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예리하게 잡아내는 대목에선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볼 수 있을까 하며, 그런 생각의 깊이에 놀라기도 했다.
사회 속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던 부조리들을 꿰뚫어 보고 명쾌하게 표현해내는
통찰력과 설득력은 전반적으로 감탄스러울 정도였던 것 같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덕지덕지 포스트잍으로 도배하다시피했을 정도로,
한 군데라도 인상적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사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냥 단순하게, 편하게,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규항 씨를 보고 단순히 피곤하게만 사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사회에 대해서 무관심한 편이었고, 일부러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이나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너무 무심해지지 않도록, 내가 살아온 시대를 알고
앞으로 살아갈 시대를 제대로 알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주의는 이론이나 사상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인간 영혼의 가장 고귀한 감정의 항거에서 태어난다.사회주의는 비참함, 실업, 추위, 배고픔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광경이 성실한 가슴에 타오르는 연민과 분노와 만나 태어난다."(레옹 블룸) |
16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