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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기 2

[도서] 홍천기 2

정은궐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이것은 갈증이었다. '하람의 마음이 이럴까' 감히 상상해보며 그녀의 그림이 보고 싶었다.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음에도 나에게 와 닿는 이미지란, 그저 시커먼 먹선 몇 개 뿐이었다. 광기에 빠진 홍은오의 그림조차 이해하지 못한 나의 식견때문에 이 책을 읽는내내 갈증에 시달렸다. 실제 모습인듯 그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는 듯 그렸다는 '그 그림'도 보고 싶었다.


정은궐의 "홍천기"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해를 품은 달>과 달랐다. 최근까지 본 드라마 "도깨비"의 여운이 오래 남았음일까 화마가 나에게도 꼭 도깨비 같았다. 안평대군의 예술품에 대한 열정은 홍천기를 향한 마음과 구별되지 않게 시종일관 마음을 아릿하게 하였음에도 그가 있는 곳은 늘 유쾌하였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뚜렷하게 해결되는 것이 없어 어떻게 된 일일까 궁금하던 차에 모든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마무리 된다. 오히려 이것은 이야기들이 흩어지는 느낌이라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 아닌 비교를 하게 된다. 하람과 홍천기의 사랑이야기가 덜 아련했을까, 아니면 홍천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나 하람과 홍천기의 아버지 홍은오에 대한 사건들이 중심이 되어서일까, 이도 아니면 안평대군의 등장이 잦았음이 문제였을까. 분명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랐으나 갑작스럽게 뚝 끊기는 전개는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니까, 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리해 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애초에 하람과 홍천기가 만날 수 밖에 없었다는 운명이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하람에게 홍천기는 홀로 버텨내야 했던 수많은 시간들을 치유해줄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이렇게 살아온 것이 후회되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답이 되어 준 사람이었으니까. 하람은 홍천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 지금까지도 간절하게 세상을 볼 수 있기를 바랐으나 그녀를 만난 후 지금처럼 강렬하진 않았으리라. 그녀 곁에서 완전하게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하람에게 홍천기는 생명과도 같았다. 그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만큼.


하람에게 홍천기는 늘 솔직하였다. 신분의 차이조차 그녀의 마음을 막지 못했다. 광기에 휩싸인 아버지를 보며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녀의 미래는 아버지의 모습이었으므로. 그녀에게 다가온 화마조차 하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게 할 순 없었다. 하람과 홍천기의 먼 미래는 어찌 되었을까. 모두에게 흡족하였을까. 정말 후회하지 않았을까. 신령, 마귀, 귀신, 화마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주제들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좋았으나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 뭔가 후련하지 못한 이 마음은 대체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 걸까. 이러이러하게 살았다...라는 글을 보고 싶은 걸까. 모르겠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모든 것들이 짜임새 있게 꼭 들어 맞았음에도 내 마음에는 들지 않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운이 남는다는 것보다 나의 이 답답한 마음 탓에 홍천기와 하람, 이 두 사람을 빨리 놓아버려야겠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남겨둔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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