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얼마나 묵혀두었는지 모르겠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야 잊고 있었던 김영하의 소설들을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이 프로그램이 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할 수 있겠다. 단편소설집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나는 왜 이 책을 사 두었던 것일까. 그때 그때마다의 감성으로 책을 구매했겠지만은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으며 든 감상은 짧은 이야기로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단편소설들 뒤에는 주로 해설집이 있다. 이러저러하다고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써 놓은 글들을 예전에는 즐겨 읽었으나 나이가 들어가며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에 대한 느낌은 그저 오롯이 나의 몫으로 남겨 두게 되었다. 뭐 좀 읽기 불편했던 단편 [이사]는 이삿짐을 옮기는 사람들을 왜 이렇게까지 표현해야했나라는 생각에 해설을 읽긴 했는데 나름 소설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관이 있어서 불편했던 감정들은 사라지긴 했다. 이렇듯 때론 전문가의 해설을 읽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인간의 내부에서 불이 타올라 모든 걸 태워버리는 사건을 다룬 단편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은 후엔 이것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했었다. 세상에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무서웠다. 삶의 노곤함에 지쳤으나 나름 해학적으로 풀어낸 단편 [오빠가 돌아왔다]는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아니었으나 아버지와 돌아온 엄마 그리고 오빠와 오빠가 데려온 언니(언니라고 절대 부르고 싶지 않은)가 함께 가기로 한 야유회는 나름 가족의 느낌을 가지게 했다. 비록 남이섬을 지척에 두고 매운탕 집에 주저 앉긴 했으나.
미스터리 살인사건의 느낌을 가진 단편 [크리스마스 캐럴]과 시체처럼 꾸며 놓은 마네킹때문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지 않을까 했던 단편 [마지막 손님] 등 모든 단편들이 짧게 끝나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가 좋았다. 열린 결말도 아니어서 뒷 내용을 혼자서 상상해 볼 일도 없을 정도로 아주 깔끔하게 끝을 맺었으니 나름 괜.찮.았.다. 소설들 속에서 읽는 목적, 내가 받아야 할 감정 등을 꼭 가져가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