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별칭이 더 잘 어울리는 차현숙 님이 펴낸 이 에세이집 <<나는 너무 오래 따뜻하지 않았다>>는 자기 자신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는 시간을 부여해주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바로보는 시선을 깊어져만 갑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해보렴, 다 들어줄게, 그리고 안아줄게"라고 속삭이는 듯한 표지그림에도 오래 시선이 머물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듯, 우울한 저자가 오늘도 우울의 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이 이야기는 더 빛이 나고 특별한 에너지가 더해지는 듯합니다.
차현숙 님의 이 신작 에세이는 무엇보다 저자가 앓던 35년 간의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 그것을 치유하고자 노력했던 기록이라서 더 애잔하게 마음에 닿고 마음을 열게 해줍니다.
이 우울증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오래 시간이 지나도록 증상은 재발에 재발을 거듭했고 그로 인한 당사자만이 아는 고통과 좌절의 시간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저자의 경험과 고통을 토대로 표현된 에세이여서 더 독자의 마음에 잘 와닿는 것이 아닌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감정을 이입하면서 저자의 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됩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치유와 치료를 위해 정신병동에 수차례 입원을 하기에 이르고 그렇게 전력을 다해서 치료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우울은 자신의 삶을 잠식하고 삶에 대한 의욕을 짓밟는 것은 어쩔 수 없음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보게 해줍니다. 하지만 오랜 병증으로,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의미로써 우울을 이야기하며 차츰차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들려주어 마음으로 읽어내려가게 만듭니다. 또한 어떻게 하든 매일 같이 글쓰기를 해내려 애쓰며,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커지고 또 그 감정을 부여잡고 글쓰기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에 저절로 눈물이 흐릅니다. 힘든 역경 속에서 굴하지 않고 매일 노력하면서 글쓰기를 부여잡고 결국 출간할 만큼 쓴 글들을 모아서 엮어보는 저자의 의지에도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내면서 더 소중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또 이 책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귀한 시간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