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10년 차, 여전히 '밥 해 먹는다'라는 다섯 글자를 읽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밥을 안치고, 불 앞에서 프라이팬을 올리고, 상을 차려내고, 남은 음식을 보관하고, 설거지를 하고, 싱크대를 뒷정리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그 일련의 행위를 오롯이 나를 위해 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가진 몇몇 중 가장 소중한 것이 시간이고, 금 같은 시간을 사용하는 우선순위 목록에서 살림은 저 아래 중에서도 밑바닥에 있다. 청소하는 시간도 밥 하는 시간도 책 읽는 시간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