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을 구입했다.
다른 소설 여러 권과 같이 샀기에 제일 먼저 읽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는데
어쩌다 보니 혼자 카페에서 차 한 잔 시켜놓은 상황에 책을 펼치게 되었고
결국 두 시간이 좀 넘게 책을 모두 읽고 나서야 카페를 나섰다.
내용이 전작들에 비해 썩 훌륭하거나 완성도가 높다기보다는
내가 아직도 그의 책을 한 번 펼치면 끝까지 다 읽어야 다른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놀라움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
냉철한 듯하지만 사랑에 약한 회계사 로빈과 대책없는 예술가 남편 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이 만나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하다가 떠난 모로코 여행.
남편에 대해 몰랐던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둘 알게 되면서 궁지에 처한 로빈은
회계사로서의 빠른 두뇌 회전과 금전적 여유로 아찔한 상황을 어찌어찌 모면해 가지만,
남편의 행방은 아리송해지고, 점점 극한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특히 나쁜 청년들에 의해 납치되어 끌려가다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이르면
마치 내가 주인공인 듯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모로코라는 공간이 주는 이질적이면서도 색다른 느낌이 매우 흥미로웠다.
낯선 종교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사하라 사막의 광활함과 원초적 공포...
사실 사고의 원흉인 남편을 두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꽤나 편했겠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될 사람이라면 모로코까지 같이 올 일 자체가 없었겠지.
나 역시 그런 상황에 놓이면 쉽게 떠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가진 성격과 가치관, 처한 상황 등에 따라 결과는 확 달라졌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여행의 시작점으로 되돌아온 로빈은 집으로 돌아가기를 꿈꾸었지만,
모든 일을 꾸몄던 폴의 옛 친구 벤 핫산의 배신으로 결국 경찰에 잡히게 되었다.
하지만 국가간의 정치적, 복합적 이해관계(?)로 허탈하리만큼 쉽게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했다.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왔고, 남편은 찾지 못했지만
그의 그림이 인정받게 되는 나름의 해피엔딩이었다.
또한 환영처럼 건너편 길가에서 폴을 마주치는 우연이 계속 된다면,
살아 있다면 둘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